외국인 증시투자 25년새 121배로… 국내 경기까지 영향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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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 보유 500조시대의 명암
빅10 기업중 6곳 보유비중 50% 넘어… 미국인 투자가 206조… 전체의 41%
경영 합리화-가치투자 확대에 기여
국내 시장 정체기… 입김 더 세져… 외국인과 소통 강화-투자환경 개선을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4.44% 떨어진 4만8450원에 마감했다. 불과 2주 전인 1일 역대 최고가인 5만4900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12%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하락세에 불을 지핀 것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인(外人)들이 무섭게 던지고 있습니다. 전군 후퇴하라!”

이날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 토론방에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외국인이 집중 매도에 나서자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10년간 외국인 보유지분이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이다. 2007년 2월 9일 20.46%였던 외국인 지분은 50.26%로 껑충 뛰었다.

외국인 주식 보유액이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들의 움직임에 국내 기업의 주가가 울고 웃는 일도 늘고 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로 도약하려면 금융당국과 상장사들이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신뢰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5년 새 121배로 늘어난 외국인 투자자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 주식 보유액이 501조96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 주식시장 개방 첫해인 1992년 말 4조1450억 원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주식 보유액이 25년이 지나 121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1992년 1월 3일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 개방되면서 외국인들은 한국 상장사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됐다. 2년 뒤인 1994년엔 채권시장의 문도 열렸다. 1998년 5월에는 10%로 제한됐던 외국인 지분한도가 전면 폐지되면서 외국인 주식 투자가 본격화됐다.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1998년 말 26조 원 수준에서 1999년 말 71조 원으로 급증했다. 2003년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겼다.

국적별로는 여전히 미국계가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현재 미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206조4960억 원어치로,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의 41.14%를 차지했다.

○ 국내 증시 ‘甲’ 외국인 투자자

외국인의 주식보유액과 비중이 늘면서 이들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국내 상장사들도 든든한 자금줄인 외국인 투자자를 반긴다. 시가총액 규모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한국전력과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등 4곳만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한국전력은 외국인 주식 보유 한도가 40%로 정해져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30조 원의 특별배당 등 주주가치 강화를 요구하는 등 주주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배당을 늘리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과거 주식투자가 단기 투기성 자금 위주였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늘면서 장기 가치투자 자금이 확대돼 주식시장이 건전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 외국인 투자자 이탈 리스크는 커져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커지면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주식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강대권 유경PSG 주식운용본부장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금융이나 철강, 반도체 등 대형주에 몰려 있어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본 시장과의 동조화가 강해지면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기도 쉬워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을 일시에 팔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해 동안 156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40%나 폭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한편, 한국 경제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경계해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이는 ‘빈대 무서워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김필규 실장은 “금융당국이 해외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충분한 대비를 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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