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공화국 만든 ‘靑 파견검사제’ 아예 없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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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어제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2년간 제한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현 검찰청법 44조 2항은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현행법 아래서도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여야가 이렇게 합의한 데는 금지조항에도 불구하고 편법 파견이 관행적으로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금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정권 초기 2년간 편법으로 파견받은 검사만 14명이다. 노무현 및 이명박 정부 5년간 각각 8명, 22명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되레 늘었다. 집권 전 공약은 공염불이 됐다. 지난해 8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재임용 검사 20명 중 15명이 청와대 출신이라고 폭로했다.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검찰은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변경을 압박한 ‘친박 실세’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가 ‘봐주기 수사’ 논란을 낳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 특검 수사로 이어진 것도 검찰의 전형적인 권력 눈치 보기 때문이다. CJ 효성 포스코 등 일련의 재벌 수사도 권력 핵심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말이 많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이유는 검사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검찰을 틀어쥐려는 국정 최고책임자와 검사의 출세욕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차제에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복귀를 2년간 제한할 게 아니라 검사의 청와대 파견 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 검사를 퇴직시켰다가 청와대 근무를 마친 뒤 다시 검사로 재임용하는 편법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청와대에 법률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검찰 출신의 변호사를 쓰면 된다. 그가 검찰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야 검사가 ‘최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국회의 법안 처리 역시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새 여당이 이 합의를 뒤집을 수도 있다.
#박근혜#검찰청법#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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