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투산] kt 박경수 “내가 주장 연임 밀어붙인 이유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7일 09시 30분


kt 캡틴 박경수(가운데)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빼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베테랑이 될수록 팀 주장역할을 사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경수는 먼저 김진욱 감독에게 부탁해 다시 캡틴이 됐다. 사진제공 | kt위즈
kt 캡틴 박경수(가운데)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빼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베테랑이 될수록 팀 주장역할을 사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경수는 먼저 김진욱 감독에게 부탁해 다시 캡틴이 됐다. 사진제공 | kt위즈
kt의 새 시즌 주장 완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3)에게 돌아갔다. 주장 첫해였던 지난 시즌, 선수단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 속에 그의 주장 연임은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무사통과됐다.

5일(한국시간) kt의 1군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만난 박경수는 “마음이 무겁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한 해는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흐른 느낌이었다. 시즌 내내 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투산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주장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는 박경수는 “사실 올 시즌 주장 연임은 내가 김진욱 감독님께 요청했다. 이대로는 주장 완장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kt 주장 박경수(가운데)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칭캠프 훈련 도중 선수들을 불러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kt
kt 주장 박경수(가운데)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칭캠프 훈련 도중 선수들을 불러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kt

● “다음 주장 위해서라도 내 몫이 중요”

-스프링캠프 첫 주다. 분위기는 어떠한가.


“어느 때보다도 좋다. 즐겁고 신나게 야구하자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다. 캠프 출발을 앞두고 김진욱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캠프에 가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자고 서로 약속했다. 결국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맙다.”

-지난해는 팀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kt에 처음 왔던 2015년은 시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갔다. 그런데 지난해는 시간이 더디게 가더라. 아무래도 팀 성적도 나지 않았고, 불미스러운 일도 겹쳐 힘든 한 해였다. 선수단을 대표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주장이자 베테랑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 보인다.

“최하위는 가슴 아픈 일이다. 더군다나 2년 연속 좋지 못한 성적을 냈다.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장을 맡게 됐다.

“이제는 결과물을 내야할 때다. 다행히 코칭스태프께서 내게 힘을 실어주시려고 한다. 훈련과 휴식 일정을 짤 때도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주시는 모습이다. 덕분에 선수단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스프링캠프에 임하고 있다.”

-주장 연임은 본인 의지였나.

“내 의사가 100% 반영됐다. 김진욱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내가 말씀드렸다.”

-주장을 자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대로는 주장 완장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에 느낀 책임감이 동기가 됐다. 팀을 한 단계라도 올려놓아야하지 않겠는가. 다음 주장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 완장을 넘겨주면 고생할 수밖에 없다. 내가 1년을 더 고생하더라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제대로 된 문화를 정착시켜야 다음 주장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팀을 맡을 수 있다.”

-주장 박경수의 첫 시즌에 대해 호평이 많았다.

“다른 점을 떠나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일례로 시즌 도중 이기는 경기에 한해 팬들에게 선물을 주자고 구단 측에 건의했다. 그래서 나온 기념품이 ‘승리 배지’였다. 또한 홈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시간을 투자해 팬들에게 사인 한 장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했다. 다행히 팬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팬서비스를 더 많이 준비하려고 한다.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 “꼭 140경기 이상 출전하겠다”

-올해로 kt에서 3년째 지내고 있다. kt는 어떤 팀인가.

“신선한 팀이다. 참신하다고 할까. 우선 kt 선수들은 제각기 다른 팀에서 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팀과는 달리 색다른 느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하나가 됐다. 서로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이번 캠프에서도 하나가 되는 모습이 중요할 듯한데.

“솔직히 말하면 이번 캠프에 기대를 하고 왔다. 이곳에서 성과가 나오면 올 시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걱정도 됐다. 스프링캠프 기간이 짧아져 급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캠프를 시작하니 안정이 됐다. 앞서 말한 활기찬 분위기가 도움이 되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 텐데.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려고 한다. 지난해 겨우 121경기에 나갔다. 주전으로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내가 더 잘하고 더 많이 뛰어야 팀에도 보탬이 된다. 올해는 꼭 140경기를 채우겠다. 마음 같아선 144경기를 전부 뛰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웃음)”

-kt로서도 이번 시즌은 절박한 느낌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3년 연속 최하위는 절대 안 된다. 올해까지 무너지면 팀은 물론 선수들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식이라는 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최하위는 안 할 것 같다. 최소 한 단계, 운이 따르면 더 오를 수도 있다.”

-kt가 잘해야 KBO리그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이다. 사실 대부분이 우리를 꼴찌로 예상하고 있다. 자존심은 상한다. 그러나 야구는 해봐야 한다.”

-이번 캠프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선수들 각자가 저마다 개인적인 목표를 안고 이곳에 왔을 것이다. 모두 다치지 않고 캠프를 완주해 올 시즌을 위한 밑거름을 잘 다졌으면 한다. 나 역시 선수들을 위해 더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겠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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