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도 난리난 포켓몬고, AR 게임 열풍으로 이어질까?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2월 1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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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사이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한달만에 매출 2060억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충격을 안겨준데 이어, 이번 달에는 나이언틱의 포켓몬고가 일일 사용자 700만명에 육박한 수치를 기록하고, 매출 2위로 뛰어올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해외에서 출시되자마자 매출 1위에 등극하며 전세계에 AR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게임인 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밖으로 나가서 즐겨야 하는 AR게임에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일이다. 물론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 연휴 특수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포켓몬고 자체의 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치다.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가 이렇게 놀라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AR의 신기함과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켓몬 IP의 매력 덕분이다. 애니메이션, 게임, 피규어 등을 통해 친숙하게 접했던 포켓몬들을 현실세계에서 수집하고, 수집한 포켓몬으로 다른 게이머들과 대결을 펼친다는 컨셉이 게이머들로 하여금 실제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 특히, 피카츄, 꼬부기 등 포켓몬 게임을 해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포켓몬들을 주제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밖으로 나가서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다. 협동 보다는 혼자서 스마트폰을 보고 랭킹 경쟁하는 것이 대부분인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다. 때문에 밖에 다니기 힘들 정도의 한파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가면 포켓몬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으며, 포켓몬을 잡을 때 필요한 포켓볼을 충전을 할 수 있는 포켓스탑 근처를 뜻하는 포세권(포켓스탑+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이렇게 포켓몬고가 열풍을 일으킨 덕분에 포켓몬고의 뒤를 노리고 AR 게임을 개발 중인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가 대폭 상승중이다. 아직 게임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포켓몬고의 인기가 AR게임 열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포켓몬고가 매출 2위를 기록하면서 매출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고 열풍과 AR 게임의 인기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몇 년 전에 국내 개발사가 개발했던 AR 게임들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사라진 것처럼, 포켓몬고가 단지 AR 게임이라서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현재 포켓몬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와 매출을 기록한 것도 해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포켓몬고의 인기는 설 연휴 특수를 제대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일가 친척이 모두 모이는 설 연휴의 특성상 날씨에 상관없이 고향에 가기 위해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며, 집이 아니기 때문에 놀거리가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켓몬고를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매출 2위를 기록한 것도 오픈스트리트 맵의 특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확도가 부족한 오픈 스트리트 맵을 사용했기 때문에 포켓볼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포켓스탑이 지방으로 갈수록 줄어들어, 이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매출 증가일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수집과 육성에 이은 후반부 콘텐츠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집욕구가 채워지면 해외와 마찬가지로 매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 열풍에 동참하려는 국내 개발사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포켓몬고 덕분에 AR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AR 게임의 확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포켓몬고가 포켓몬 수집에 AR 기술을 도입하면서 신선함을 더한 것은 사실이나 AR은 포켓몬 수집의 수단일 뿐, 본질은 포켓몬을 수집하고, 육성하고, 남들과 대결하는 포켓몬 세계관의 힘이다. 특히 20년 동안 애니메이션, 게임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포켓몬 세계관을 학습시켰기 때문에 나이언틱이 포켓몬고에 별다른 설명이나 스토리를 담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가 만드는 새로운 AR게임들은 누구나 다 아는 막강한 IP가 사용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며, 포켓몬고를 통해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AR을 신기해 하지도 않는다. 결국 새로운 AR게임들은 컨셉만으로 사람들이 열광했던 포켓몬고와 달리 백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하며, 포켓몬고를 베낀 게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더 색다른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포켓몬고(출처=게임동아)

물론, 개발사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역사적인 영웅을 수집하거나, 수집한 캐릭터로 여러가지 모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고는 있으나, 포켓몬고처럼 확실한 매력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포켓몬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포켓몬고가 7개월 전에 출시된 해외에서도 아직 AR게임 열풍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AR 게임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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