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빈 필만의 특색 잘 살리는 사람이 좋은 지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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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악장 활동 라이너 퀴힐, 30일 공식 은퇴… 9월 내한 공연

3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 빈 국립예술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라이너 퀴힐은 “한국 학생도 많이 지도했는데 재능 넘치는 학생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3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 빈 국립예술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라이너 퀴힐은 “한국 학생도 많이 지도했는데 재능 넘치는 학생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1842년에 창단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33년부터 상임지휘자를 두고 있지 않다. 그 대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카를 뵘 등 유명 지휘자들이 빈 필하모닉의 수석 또는 객원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래서 빈 필하모닉은 악장을 중심으로 어떤 지휘자가 와도 흔들림 없이 그들만의 소리를 내왔다.

빈 필하모닉에서 45년간 악장으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퀴힐(65)이 30일 공식 은퇴한다. 그는 불과 만 20세의 나이로 빈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임명된 전설적 인물. 1992년부터 제1악장으로 임명돼 레너드 번스타인, 게오르그 숄티, 정명훈 등 거장들과 함께했다.

다음 달 21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국내 독주회는 1986년 이후 30년 만이다.

그는 “45년이나 이어온 빈 필하모닉과의 관계를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을까. 아직도 감정적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떠나지 않은 기분”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실내악 앙상블을 통해 빈 필하모닉과 계속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빈 필하모닉의 독특한 시스템에 대해 그는 “정기공연의 지휘자 초청은 철저히 ‘우리의 음악, 즉 빈 필하모닉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인가’에 중심을 두고 이뤄진다. 좋은 지휘자는 우리의 음악을 ‘방해’하지 않는 지휘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뵘은 마치 제왕같이 무서워 무조건 따라야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지휘자를 초청할 때는 단원들의 투표로 선정한다. 그 방식은 여전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는 “투표 방식은 매우 중요한 정보라 밝히기 힘들다. 다만 투표를 담당하는 위원회도 마련돼 있을 정도로 철저하다”고 밝혔다.

그의 오케스트라 내 위상이 절대적이다 보니 가끔 팬들에게 지적을 당할 때가 있었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객원지휘자와 공연을 할 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나를 자주 쳐다보며 지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오랫동안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악장의 역할은 지휘자와 단원을 연결하는 중간자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대표로서 자각과 책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 소나타 32번과 베토벤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연주한다. 4만 원. 02-2123-4513∼6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라이너 퀴힐#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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