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경쟁’에서 ‘협력’으로… 러시아-유럽 손잡고 화성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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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패러다임 변화 현장 가보니

최근 세계 각국은 막대한 비용과 첨단 기술이 필요한 심(深)우주 탐사를 추진하면서 우주 개발 패러다임을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우주 강국인 러시아는 자국의 우주 산업 쇄신을 꾀하며 유럽우주국(ESA)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항공대 올레크 알리파노프 교수(맨위 왼쪽)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라보치킨의 블라디미르 돌고폴로프 박사(맨위 오른쪽), 러시아와 ESA의 공동 화성 탐사 프로젝트인 ‘엑소마스’ 부책임자인 자친토 잔피글리오 박사(아래 왼쪽), 과학임무 총괄책임자인 하칸 스베드헴 박사(아래 오른쪽). 모스크바·암스테르담=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최근 세계 각국은 막대한 비용과 첨단 기술이 필요한 심(深)우주 탐사를 추진하면서 우주 개발 패러다임을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우주 강국인 러시아는 자국의 우주 산업 쇄신을 꾀하며 유럽우주국(ESA)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항공대 올레크 알리파노프 교수(맨위 왼쪽)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라보치킨의 블라디미르 돌고폴로프 박사(맨위 오른쪽), 러시아와 ESA의 공동 화성 탐사 프로젝트인 ‘엑소마스’ 부책임자인 자친토 잔피글리오 박사(아래 왼쪽), 과학임무 총괄책임자인 하칸 스베드헴 박사(아래 오른쪽). 모스크바·암스테르담=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1957년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1959년 세계 최초 달 탐사선 ‘루나 1호’ 발사, 1961년 세계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배출, 1971년 세계 최초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 발사….

인류의 우주 개발 역사에서 러시아가 세운 ‘최초’ 기록은 셀 수 없이 많다. 냉전시대부터 러시아의 ‘우주 라이벌’로 꼽히는 미국도 자국의 가장 성공률 높은 로켓인 아틀라스 5호에 러시아의 RD-180 엔진을 사용한다.

하지만 2011년 러시아는 자국의 통신위성 ‘엑스프레스-AM4’ 발사에 실패한 데 이어 1996년 ‘마르스-96’ 추락 이후 다시 추진한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 발사에도 실패하면서 우주 탐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 정부는 우주 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가동해 지난해 말 연방우주청을 없애고 우주 프로그램을 총괄할 러시아 우주국 ‘로스코스모스’를 출범시켰다. 우주 개발 패러다임도 ‘경쟁’에서 ‘협력’으로 전환하며 쇄신을 꾀하고 있다.

○ 러시아, 로스코스모스 체제로 우주 산업 재편


“최근 러시아 정부는 우주 개발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향후 러시아의 우주 개발에서 국제 협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러시아 유일의 국립 항공우주대학인 모스크바항공대(MAI) 우주체계 및 로켓엔지니어링 학부장인 올레그 알리파노프 교수는 1일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일반적인 우주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예산의 10배가 필요하고, 화성 탐사에는 40∼50배가 들어간다”며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인 난제는 국제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파노프 교수는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귀환할 때 마찰로 발생하는 표면 열과 온도 등을 계산해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고, 소유스와 러시아의 우주왕복선 ‘부란’에 실제로 이 설계가 적용되는 등 러시아의 대표적인 우주 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달 탐사는 심(深)우주로 나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며 최종 목표는 화성 탐사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무인 우주 탐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 이후 중단됐던 달 탐사도 재개했다. 달 탐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국영기업 라보치킨의 블라디미르 돌고폴로프 달탐사프로그램 책임자는 “2019년 2t급 우주선인 ‘루나 글로브’를 발사할 예정”이라며 “세계 최초로 달 극지에 착륙선을 안착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돌고폴로프 박사는 1963년부터 옛 소련의 무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루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러시아 달 탐사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었다. 그는 “루나 글로브는 본격적인 달 탐사를 위한 검증용 프로젝트”라며 “2020∼2021년 달 궤도선을 보낸 이후 ‘루나 리소스-1’이라는 착륙선을 보내 달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물의 흔적을 찾는 등 달 극지에서 자원 탐사 임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유럽우주국 “화성 탐사는 협력의 상징”

최근 러시아의 최대 우주 파트너는 유럽우주국(ESA)이다. 3월 ESA의 화성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는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 M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돼 현재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10월 19일 화성 궤도에 진입해 가스 추적궤도선(TLO)을 내려놓고 소형 착륙선은 화성 표면에 터치다운을 시도한다.

자친토 잔피글리오 ESA 엑소마스 부책임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NASA가 중단을 선언하면서 러시아를 협력 파트너로 삼게 됐다”며 “러시아는 엑소마스 프로젝트의 16개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으며, 화성 탐사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2020년 화성 표면에 대형 착륙선을 보내는 본탐사인 ‘엑소마스 2020’을 진행하고 있다. 엑소마스 프로젝트의 과학임무 총괄책임자인 하칸 스베드헴 박사는 “2020년 프로젝트에서는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전 탐사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엑소마스를 통해서 실제 살아있는 작은 생명체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과의 우주 기술 협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비쳤다. 알리파노프 교수는 “50kg급 ‘마이크로위성’ 개발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마이크로위성을 이용해 우주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사전에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피글리오 부책임자는 “ESA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여러 국가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며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견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러시아가 자국 우주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이전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발사체 기술 협력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나로호 공동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는 최적의 우주 개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암스테르담=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우주개발#패러다임#러시아#유럽#화성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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