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죽음서 해방” 棺모양 버스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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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최대 이단아 이스트반, “과학기술로 영생 가능” 이색 공약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에선 기성 정치인과 전혀 다른 유형의 정치인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리얼리티쇼 사회자 출신의 파격적인 공화당 주자 도널드 트럼프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이단아는 국민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온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의 졸탄 이스트반 후보(42·사진)가 아닐까.

영국 BBC는 지난달 30일 관 모양의 버스를 타고 전국 순회 유세 중인 이스트반 후보와의 심층 인터뷰를 게재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창당한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의 대선 공약은 명쾌하다. 급진적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15∼20년 안에 인간을 죽음에서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사상의 신봉자를 의미한다.

로스앤젤레스의 헝가리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이스트반은 내셔널지오그래픽TV 등 여러 매체의 기자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베트남의 광산에서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죽음을 멈추게 하는 데 쓰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4년에 걸쳐 쓴 ‘트랜스휴머니스트의 내기’라는 소설을 2013년 발표한다. 제스로 나이츠라는 철학자가 현재의 지지부진한 정치체제에 실망해 트랜스휴머니스트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10∼20년 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로봇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텐데 그때 사람들이 먹거리와 잠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요. 미국은 교육에 투자하는 돈의 4배나 많은 돈을 감옥에, 10배나 많은 돈을 폭탄과 전쟁, 국방에 쓰고 있습니다. 이런 돈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면 모든 사람을 죽음에서 구원해줄 수 있습니다.”

그가 8월부터 시작한 버스투어의 ‘불멸 버스’가 바퀴 달린 거대한 관 모양을 한 것도 ‘죽음을 끝장내 주겠다’는 단순 명쾌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저도 2016년엔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생각을 전파하다 보면 2020년 또는 2024년엔 기회가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국#대선#이스트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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