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애인 있어요’는 중년의 ‘건축학 개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7시 05분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 사진제공|SBS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 사진제공|SBS
남자의 순애보에 3040 여심 자극하는 대사
막장 불륜으로 첫사랑 순수한 사랑 극대화
김현주·지진희 연기력에 극적 장치도 다양

시청률이 낮다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에 쏠린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8월22일 첫 방송 후 줄곧 한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이 남지만 인기의 체감온도는 두 자리 수, 그 이상을 훨씬 웃돈다.

사실 온라인에서 ‘애인 있어요’는 어느 인기 드라마 못지않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애인 있어요’는 어떻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 불륜 막장? 한 남자의 지극한 ‘순애보’

드라마는 기획의도부터 이혼한 아내와 불륜에 빠진다는 설정에 ‘막장 불륜’으로 비난 받았다. 방송 초반 재벌2세인 지진희가 10살 어린 대학생 박한별과 사랑에 빠져 아내 김현주(도해강, 독고용기 1인2역)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아버지에게 “제발 아내를 치워달라”고 무릎 꿇는다.

여기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일란성쌍둥이의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후계 다툼, 기억상실증, 살인 및 사체유기 등 ‘막장 소재’가 망라돼 “뻔한 막장 드라마”로 예상되기도 했다. 당시 시청률은 3%대였고, 내부에서도 “50부작을 끝까지 이끌고 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기종영도 염두에 뒀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도해강이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 독고용기로 살아가면서부터 시청률은 반등했고, 반응도 달라졌다. 지진희는 피도 눈물도 없던 아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신기해 호기심을 가지다가 사랑에 빠졌고, 시청자들도 이런 모습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지진희가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게 된 것이 탐욕스럽고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분노, 안타까움이 섞여있었다는 것을 이후 방송 분량에서 드러나면서 열기는 더 커졌다. 대학시절부터 아내만 사랑해서 결혼했던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 것이다. 그 인기 중심에 최진언 역의 지진희가 있다. 지진희는 아내를 버렸다는 죄책감과 후회, 연민 등을 매회 가슴 저리게 표현한다. 또 “보고 싶어 미치겠다” “남들은 다 아니라고 해도 내 아내니까, 내가 안다”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라는 대사도 여심을 자극한다.

● 중년의 ‘건축학 개론’… 첫사랑의 판타지 자극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장면이 많은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15회에서 지진희와 김현주가 돌담벼락에 기대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은 가장 회자되는 장면이다. 인터넷에서도 이 장면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클립영상이다. 팬들에게 영화 ‘건축학개론’ 중년 버전으로 통한다.

18회에서 공개된 전남 담양 메타세콰이어길도 빼놓을 수 없다. 지진희와 김현주가 나란히 걸으며 데이트 하는 이 장면은 ‘겨울연가’ 부부 버전으로 불린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연출한 최문석 PD가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다. 인물들의 감정을 배경과 함께 섬세하게 그리기로 유명하다.

이 뿐만 아니라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극적 장치를 다양하게 추가해 매회 다른 이슈를 만들어낸다. 또 1인2역을 동시에 소화하는 김현주의 연기력과 지진희의 누나로 나오는 백지원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독설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여기에 드라마 ‘겨울연가’ OST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가수 류의 ‘세월’도 드라마의 몰입을 높여준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불륜이라는 장치로 첫사랑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런 모습이 3040대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준다. 각 인물들의 감정과 심리 등이 섬세하게 묘사된 것도 잘 어우려졌다”고 평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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