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권효]새마을 세계화의 자발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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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국가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대통령 관심 사업 예산 아니냐.”

여야가 새마을 관련 예산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여권은 새마을 세계화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 지어 부적절한 사업이라고 한다. 둘 다 좁아 보인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자”며 부는 바람은 자발적 측면이 강하다. 경북도와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시범마을 조성과 국내 연수를 통해 그 자발성을 깨우고 있다. 새마을 세계화와 연결돼 있는 나라는 현재 100여 개국이다. 2013년에는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설립됐다. 경북도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새마을 연구소를 열었으며 이달에는 세네갈에 연구소를 세운다.

새마을 세계화에 대해 국제사회는 높은 평가를 하는 데 비해 국내에선 관심이 덜하다. 정부가 바뀌면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새마을운동의 저작권은 관(官)이 아니라 주민의 자발성(自發性)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면 새마을 세계화를 둘러싼 혼란이나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마을운동에 대해 ‘1970년 4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제창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 운동’ 같은 사전의 풀이나 세간의 인식은 정확한 게 아니다.

1969년 8월 남부지방의 수해현장에 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북 청도를 지나다 주민들이 물난리를 겪은 마을을 스스로 복구하는 모습을 봤다. ‘저렇게 해야 농촌이 잘살 수 있다’는 단서를 얻어 정책으로 확대했다. 가난한 농촌을 걱정할 줄 아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모습을 보고 둔감해선 안 된다. ‘새마을’이라는 용어도 주민들이 먼저 썼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5월 광주에서 열린 새마을소득증대촉진대회를 위해 쓴 메모에 ‘마음속에서 우러난 자발적 운동이라야 성공. 官(관)에서 이것 하라, 저것 하라 강요해서 하는 사업은 성공 못한다. 자손에게 물려준다고 생각’이라고 했다.

새마을 세계화는 1970년대 국내용 새마을과는 다른 차원이다. 여전히 박정희의 틀 속에서 보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 ‘미스터 새마을’로 불리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새마을 세계화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박정희 대통령과 단절될수록 생명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고뇌 어린 말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주민의 자발성에서 비롯된 새마을 정신이 보편적 가치가 있다. 그 자발성이 이제 지구촌이라는 넓은 땅에 씨앗을 뿌린다.

새마을 세계화를 두고 국가 위상을 높인다거나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같은 주장은 덜 와 닿는다. 일자리 등 어려움이 쌓여 있는데 새마을 세계화가 그저 빈곤국을 도와주는 자선사업처럼 비치면 지속되기 어렵다.

새마을 세계화는 지구촌의 가난을 이겨내기 위한 기부와 봉사 모델로 전개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이 ‘새마을 세계화를 하니 이런 효과가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새마을 해외봉사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일본 자동차와 중국 제품은 넘치는데 우리나라 제품은 별로 보이지 않더라. 새마을 세계화로 이들 나라에 호감을 심어 나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호감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 중심의 국가 브랜드 욕심보다는 새마을 세계화로 연결된 많은 나라와 쌍방적 호감을 쌓는 정직한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영토를 넓히는 등 국익에 구체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야도 새마을 세계화를 두고 국내용 다툼보다는 지금의 씨앗이 열매를 맺도록 고민하면 좋겠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새마을#세계화#자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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