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 ‘불능의 미국’에 드러난 美 백인 보수층의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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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돈 많은데 왜 지켜주나… 낡은 SOC부터 뜯어고쳐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3일 ‘불능의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란 제목의 도발적인 책(사진)을 냈다. 제목은 자신의 대선 캠페인 구호에서 따온 것이다.

169쪽 분량의 책은 트럼프 특유의 독설과 거친 논리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를 지지하는 미 보수층 일각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엔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수백 명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미 언론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한 책에 드러난 트럼프의 말을 통해 그의 생각, 더 나아가 그를 지지하는 미국 보수층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①외교는 이기는 것이다=“외교에서 이기는 정부가 필요하다. 내가 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사업했다면(이란과의 핵협상을 지칭), 나 스스로 그만뒀을 것이다.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처럼 얼굴에 주먹이 닿기 전에 (피하든 공격하든)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

②정치인들은 패배자이다=“미 의회는 수년간 하는 일 없이 교착 상태이다. 정치인들은 패배자처럼 일하고 있다. 기성 언론, 워싱턴 정치권, 미국 사회의 이른바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건 그들의 기대와 달리 내 지지율이 꺼지지 않고 1위를 유지하자 겁먹어서 그런 것이다.”(한편 퓨리서치센터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정치권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은 역대 최고 수준인 75%에 달한다)

③한국 도울 필요 없다=“독일과 일본, 한국은 모두 힘이 있고 부유한 국가들인데 우리가 이들 국가를 보호하면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2만8500명의 훌륭한 미군을 북한과의 접경지대에 주둔시켜 매일매일 위험한 상황에 놔두고 있지만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은 우리에게 제품을 팔고 많은 수익을 얻고 있으며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를 왜 도와주어야 하는가.”

④우주 개발할 돈 있으면 미시시피 다리부터 고쳐라=“현재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낡아빠진 사회간접자본(SOC)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우주 개발보다 더 급선무는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 철도, 상수도 등을 고치는 일이다. 과거 미국은 건설 기술을 수출하던 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예산도 없고 정치권의 리더십도 없다 보니 노후 시설이 방치되고 있다. 다른 나라 방어해줄 돈이 있으면 국내 건설에 써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트럼프타워 같은 큰 건물을 지어본 자신이야말로 ‘미국 재건설’의 적임자라는 주장)

⑤교육개혁 하려면 교원 노조부터 없애라=“미국의 공교육은 교육부와 교원 노조 때문에 엉망이 됐다. 교육부 통제를 벗어나 학교들이 서로 경쟁해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교원 노조 때문에 질 낮은 학교를 폐쇄하거나 능력 없는 교사들을 해고할 수 없게 됐다. 문제아들이 다른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지 못하도록 면학 분위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트럼프는 사립 중고교를 다녔다)

⑥부자들은 사회보장 혜택을 포기하라=“사회보장제도가 잘 작동하려면 부자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나 같은 고소득층이 받는 사회보장 혜택을 저소득층에게 돌려줘야 한다. 아마 많은 부자들이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⑦나도 민주당원이었다=“민주당은 과연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다 수년 전 당적을 공화당으로 바꿨다. 나는 큰마음을 가진 보수적 공화당원이다. 세상이 변했고 거기에 맞춰 나도 변했다.”

⑧친환경 정책은 사기이다=“기후변화를 강조하며 만든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 정책은 일부 자연보호주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값비싼 사기 정책이다.”

⑨이혼은 모두 내 탓=“일이 너무 중요했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었다. 나는 언제나 밖에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비교적 좋은 아버지였지만 좋은 남편은 되지 못했다.”(트럼프는 1977년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 결혼했다가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모델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했다가 1999년 헤어졌다. 2004년 속옷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세 번째 결혼해 10년 넘게 살고 있다)

⑩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신다=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신은 매일 나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계신다.”

트럼프는 이날 재산 공개도 했다. 개인 재산은 10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에 65건의 부동산과 보잉 757, 세스나 시테이션 X 등 상업용 비행기, 시코르스키 76 헬리콥터 3대 등 항공기만 5대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미국#보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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