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의 힘! ‘영철버거’ 부활의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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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 “명물 살리자”… 하루만에 2100만원 넘게 모금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왼쪽)가 고려대 학생들에게 판매할 안암동 명물 스트리트버거를 만들어주는 모습. 동아일보DB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왼쪽)가 고려대 학생들에게 판매할 안암동 명물 스트리트버거를 만들어주는 모습. 동아일보DB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영철버거’가 크라우드 펀드 덕분에 재기의 기회를 맞았다. 고려대 재학생들이 영철버거 폐업 소식에 자발적 모금에 나선 뒤 불과 하루 사이 2100만 원(16일 오후 5시 기준)이 넘게 모인 것이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15일 오후 2시 반경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 사이트에 올렸다. 영철버거가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고려대 명물인 영철스트리트버거를 잃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선 것이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영철버거가 폐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7월부터 두 달여간 이 크라우드 펀드 사업을 준비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창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창업자가 소액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투자받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의 일종이다. 주로 초기 투자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한 뒤 투자금을 모으는 데 쓰였지만 최근에는 영철버거 사례에서 보듯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새터민 복서’ 최현미(25)는 팬들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58.97kg급) 챔피언인 최현미는 지난해 국내 유일의 여자 세계 챔피언임에도 1차 방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챔피언벨트를 반납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 회사 유캔펀딩이 인터넷을 통해 모금을 한 결과 1548만9000원을 모은 덕분에 방어전을 치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지만 불가피하게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크라우드 펀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국내 크라우드 펀드규모 2015년 100억원 폭풍 성장 ▼

‘영철버거’ 부활의 날개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매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07년 100여 개에 불과했던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2014년 현재 1250개로 1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크라우드 펀딩 시장규모는 344억 달러(약 40조5920억 원)로 지난해 162억 달러(약 19조1160억 원) 대비 2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아직까지 미미하나 성장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요 10개 크라우드 펀드 회사의 자금 모집은 55억 원 규모였다. 금융위원회 측은 급격히 늘어나는 크라우드 펀드 회사를 총집계하면 올해만 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7월 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내년 1월부터 ‘증권형’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증권형 업무란 소액다수의 투자자금을 받는 대신 지분, 채권 등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형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2007년 머니옥션과 팝펀딩을 시작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된 이후 올해 6월 현재 31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활동 중”이라며 “내년부터 증권형 업무까지 넓어진다면 시장 성장세는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무경 fighter@donga.com·서동일 기자
#크라우드펀딩#영철버거#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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