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혈압, 제약회사가 만든 허구의 병… 나이 들면 자연히 올라가… 그냥 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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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마쓰모토 미쓰마사 지음/서승철 옮김/
216쪽·1만2000원·에디터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제품명 디오반) 임상시험 자료를 조작한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전직 직원을 체포했다. 피의자는 그럴듯한 직책으로 교토부립의대 임상 연구팀에 섞여든 뒤 약 효능을 드러내기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조작했다. 의대 교수는 이 자료를 토대로 2009년 ‘디오반이 다른 고혈압 치료약보다 뇌졸중과 협심증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논문 부정 논란이 불거진 2013년 말 사임했다.

디오반은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혈압강하제다. 2012년 일본 내 판매액만 1조800억 원에 이른다. 72세 의사인 저자는 두 가지 사실을 강조한다. 디오반을 복용하는 환자가 저렴한 약을 먹는 환자보다 20배 이상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 그리고 까닭을 밝힌 연구 발표 없이도 고혈압 판별 기준치가 8년 새 180mmHg에서 130mmHg로 50mmHg나 낮춰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말을 이렇게 시작했다.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 그냥 둬라.”

약간 신경 쓰이는 정도의 혈압이 큰 병을 일으킬 위험은 제로에 가까우며, 수축기 혈압이 200을 넘는 심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70대 이상 고령자의 혈압은 나이 들어 딱딱해진 혈관에 피를 돌게 하기 위해 자연히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제약회사, 어용학자, 행정기관이 한통속이 돼 ‘고혈압 위험론’을 퍼뜨렸다. 아픈 증상이 없는데도 병에 걸린 것이라며 약을 먹게 한다. 고혈압증은 제약회사가 만든 허구의 병이다. 스포츠센터에 놓인 혈압측정기에 재미삼아서라도 팔을 넣지 마라.”

너무 단정적인 제언만 이어진다 싶어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지은이는 감기 환자에게 절대 약을 주지 않는다. “약을 많이 처방해 그중 하나라도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의사가 너무 많다. 감기에는 휴식이 최선이다.”

이웃나라 일일 뿐일까. “항생제는 감기 환자에게 백해무익하다. 혈압에 신경 쓰는 행위 자체가 혈압을 높이는 스트레스”라고 조언하는 의사를 만나본 기억이 있는가.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고혈압#고혈압은 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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