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최고점 대비 17% 빠져… 일시 조정이냐, 거품붕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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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오르다 최근 급락… 中증시에 무슨 일이?
‘추락 장세’ 투자 어떻게

《 거침없이 질주하던 중국 증시가 최근 폭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6월 19일 6.42% 폭락한 뒤 소폭 상승하다가 최근 3거래일 동안 다시 하루 3∼7%대로 급락했다. 30일에는 장중 한때 3,800 선까지 무너졌다가 5.5% 상승한 4,277.2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상하이지수는 장중에 7년여 만에 가장 크게 출렁였다. 중국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퉁’이 지난해 11월 시행되고 최근 1년간 중국 증시가 150% 치솟으면서 중국 증시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가 많다. 이들은 2007년 중국 증시 폭락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올 들어 쉬지 않고 질주하던 중국 증시가 최근 급격한 추락을 이어 가면서 중국 투자에 뛰어들었던 국내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2007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거품 붕괴’가 시작된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과도하게 달아오른 중국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30일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책을 내놓는 등 증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조정 장을 거친 뒤에는 다시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하락 장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5,100대 최고점에서 11거래일 만에 4,200대로

거침없이 치솟던 중국 증시는 ‘패닉 장세’라고 불릴 만큼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6월 12일 5,166.35로 연중 최고점이자 7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19일과 26일 각각 6.42%, 7.40% 폭락했다.

증시 폭락에 놀란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27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3차례의 금리 인하 직후 증시가 상승한 것과 달리 29일엔 3.34% 급락했다. 30일에도 상하이지수는 장중 5% 넘게 폭락하다가 양로보험기금의 주식 투자를 허용한다는 발표 등에 5.5% 상승 마감했다. 12일 이후 하락 폭은 17.21%.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과도하게 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금융 당국이 감독 강화에 나서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신용거래 청산 물량이 쏟아지면서 패닉 장세가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이달 들어 무더기로 실시된 기업공개(IPO)에 참여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하락 폭을 키웠다. 지난 한 주 동안 IPO 공모주가 빨아들인 청약자금만 1000조 원이 넘는다. 이날 중국 정부가 당분간 IPO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다.

또 상하이지수가 올 들어서만 55% 이상, 최근 1년간 무려 150% 가까이 급등하자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팔자’에 나선 투자자가 늘었다. 올 들어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서 주가가 급등해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처분한 기업이 1200곳이 넘는다.

○ “중소형주는 거품 빠지기 시작”

상하이지수가 5,100을 넘을 때만 해도 낙관론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신중론이 대세가 됐다. 김병하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급등하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쌓였다”며 “특히 그동안 합리적인 가격대를 벗어나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했던 일부 중소형 테마주들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리서치센터 소장은 “이번 상승 랠리의 거품은 일방적으로 선전증시와 중국 중소·벤처기업 시장인 촹예반(創業板·차스닥) 중소형주에 몰렸다”며 “중소형주들은 이번 조정이 끝나도 의미 있는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상하이지수가 4,000 선을 넘은 이후부터는 위험 관리 구간으로 보면 된다”며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앞으로의 추세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 가더라도 2007년과 같은 폭락 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정 장이 마무리되면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상승 동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와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 허용) 등 자본시장 개방도 뒷받침이 되고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고 이번 조정으로 증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도 덜었다”며 “하반기 중국 증시의 상승 여력이 충분한 만큼 상하이지수 5,000 이상에서 매수한 투자자들도 환매하기보다는 기다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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