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사용 밑그림도 없이… “추경 포함 15兆이상 투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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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급조
성장률 전망 3.8 → 3.1%로 낮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1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 사용 계획이 모호해 주먹구구식 경기 대응으로 나랏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5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1%로 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2분기(4∼6월)에 1% 성장도 힘든 현실”이라며 “6개 분기 연속으로 0%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추경 편성, 기금계획 변경, 공공기관 투자 조기집행 등을 통해 15조 원 이상을 국내에 풀기로 했다. 하지만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서는 메르스 및 가뭄 대응, 수출 지원, 청년고용 등에 쓰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만 내놨다. 과거 추경 발표 때는 세입 부족분과 세출 확대분이 얼마씩이라는 밑그림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틀을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 달 초 세부 사용처를 담은 추경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메르스 국면 전환용으로 재정 보강책을 너무 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 발표 일정을 1주일 전인 이달 18일에야 확정했다. 일각에선 최 부총리가 정치권 복귀를 앞두고 경제부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개별 정책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일례로 정부는 당해연도에 만 29세 미만인 상시 근로자 수가 직전 3개 연도 평균치보다 늘어난 기업에 인건비 일부를 세액공제해주는 ‘청년고용 증대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 정도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신규 채용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이미 개혁의 추동력을 잃은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기자
#정부#추가경정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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