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인권운동가, 알고보니 백인 ‘발칵’…그녀는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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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온 유력한 인권운동가가 오랜 기간 흑인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CNN은 12일 “흑인 인권단체 전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워싱턴 주 스포케인 지부장 레이첼 둘레잘 씨(37·여)가 백인으로 밝혀졌다. 흑인처럼 보이는 그의 외모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북서부 흑인 사회 ‘거물’인 둘레잘 씨의 외모는 누가 봐도 흑인처럼 보인다. 올해 초 페이스북 계정에는 ‘아버지’라는 주장하는 흑인 중년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다. 지역 경찰 옴부즈맨위원회 여성 위원장을 맡으며 제출한 이력서에도 자신을 ‘흑인’이라고 밝혔다.

그가 백인이란 사실은 연락을 끊고 지내던 친부모가 최근 딸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그의 부모는 11일 둘레잘 씨의 유년 시절 사진을 공개하며 “딸은 유럽 혈통의 백인이다. 우리가 그의 생물학적 부모”라고 말했다. 입양한 그의 동생 이즈라 둘레잘 씨도 13일 CNN과 인터뷰에서 “3년 전 누나가 자신의 정체를 발설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둘레잘 씨가 흑인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6~2007년 경. 그의 또 다른 동생 이즈라 둘레잘 씨는 “누나는 ‘백인은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상념에 빠졌고, 이후 스스로를 흑인으로 여기는 듯했다. 2011년 이후 외모를 완벽히 흑인처럼 바꿨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인종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 로렌스 둘레잘 씨는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하워드 대학에 편입한 2007년부터 흑인사회와 그 문화에 깊이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입양한 흑인 동생 중 하나가 부모의 육체적 학대 등을 이유로 격리를 신청한 점과 관련, 둘레잘 씨가 동생의 후견인을 맡기 위해 흑인행세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레잘 씨는 12일 지역 방송에서 “당신의 아버지가 흑인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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