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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경복궁, 현대인이 잃어버린 ‘예’의 가치 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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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경복궁, 현대인이 잃어버린 ‘예’의 가치 담고 있어”

김윤종기자 입력 2015-06-13 03:00수정 2015-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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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지은 경복궁/임석재 지음/888쪽·5만 원·인물과사상사
‘예로 지은 경복궁’을 쓴 임석재 교수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는 “창덕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경복궁은 아니다”라며 “경복궁 연구가 활성화돼 그 가치를 해외에 더욱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석재 교수 제공
‘경복궁’에 안 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린 눈으로 본 이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은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중국 쯔진청(紫禁城·자금성)과 프랑스 베르사유 궁을 보고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나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 등을 접하면 경복궁, 나아가 ‘여백과 절제를 담았다’는 한국적 미(美)가 진정으로 추구된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해내지 못한 결과인지 의심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한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54)는 경복궁 건립의 역사적 배경, 자연환경과 경복궁의 조화, 경복궁의 배치 미학 등을 총망라해 책을 냈다. 11일 인터뷰한 임 교수는 “경복궁은 쯔진청보다 뛰어나다”는 말부터 했다.

“경복궁이 쯔진청 화장실보다도 작다고 하고, 중국에 사대(事大)한 증거라고 하는데…. (단호하게) 잘못된 겁니다. 당시 조선의 도성과 궁 체제는 중국과 달랐어요. 쯔진청은 타이허뎬(太和殿·태화전)이 구심점이 되면서 다른 건물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경복궁은 원심력을 추구하면서 덕수궁 등 다른 궁궐과 조화를 이룹니다. 규모도 경복궁이 쯔진청의 80%예요. 한양 내 궁궐을 다 합치면 쯔진청의 2.5배고요.”

규모뿐 아니라 완성도도 경복궁이 앞선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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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축은 기술과 자본이 중심이지만 과거에는 건축에 미학을 넘어 시대의 ‘사상’까지 담았습니다. 경복궁은 어울림과 겸양의 미학으로서의 ‘예(禮)’를 물성화시킨 상징체입니다. 쯔진청 타이허뎬은 무언가를 과시하려고 해요. 황제의 욕심이 컸기 때문이죠. 동양 사상의 핵심은 도덕 교훈이 중심이 된 인의예지(仁義禮智)예요. 동양 예술은 이런 유교적 핵심을 얼마나 잘 담았느냐가 중요한데 타이허뎬은 욕심 탓에 가르침에서 벗어나 있어요. 반면 경복궁은 선을 넘지 않고 절제하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서양 건축과도 비교하며 “서양은 이상미를 모방하면서 형식미를 중심에 뒀기 때문에 인간의 성정(性情)을 강조한 동양 건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복궁의 설계자는 건축가가 아닌 정치인이자 성리학자인 정도전이란 점도 강조했다.

“정도전은 경복궁에 한 나라의 구심점이 되는 왕, 즉 개인의 품격에 해당되는 중(中)과 주변과의 조화, 어울림, 백성의 사랑을 뜻하는 화(和)가 합쳐진 중화(中和)를 담았어요. 조선의 정치 이상인 거죠. 이 역시 예(禮)의 가치입니다.”

경복궁은 현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대를 살면서 잃어버린 것이 뭡니까? 품격을,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음을 잃어버렸어요. 서로 적이 되고, 부정을 써서라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빠요. 경복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본분과 사랑, 희생을 강조하는 ‘예’의 정신을 담고 있어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치명적으로 결여된 것을 경복궁이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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