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체험기) “벽을 넘어 더 좋은 세상을” 벽화 봉사 활동

  • 입력 2015년 6월 11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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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송파구에 위치한 두손장애인보호작업장에 풀무원 연구원 18명이 모였다.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왼쪽에는 낮고 긴 담벼락이 있었다. 다섯 시간 후, 그 위로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벚꽃이 떨어졌다.

에디터 곽은영 포토그래퍼 김현진 체험 박지희 협조 더그림, 풀무원, 두손장애인보호작업장


일터에 봄이 오면

2012년 8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송파구 두손장애인보호작업장은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로 12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작업장에서는 생율 사업, 쇼핑백, 화장품 샘플 포장 등 임·가공업을 하고, 재활용품 매장에서는 의류,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또 볼링, 축구 등의 동아리 활동과 사물놀이 등 개인별 지원을 하고 있다.

취재진이 작업장을 찾은 날도 장애우 중 한 명이 사물놀이를 시연해 오전 시간 내내 동료들이 응원을 나가 있었다.

두손장애인보호작업장의 시설장인 이기남 사회복지사는 “장애우들이 일하는 공간에 생명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환경 개선을 위해 원예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송파구자원봉사 센터의 도움으로 벽화가 진행됐다”며 “생동감 있는 꽃그림을 보며 작업장으로 들어오는 길이 얼마나 밝아질는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두손장애인보호작업장의 건물 지하와 1층은 작업장과 매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2, 3층은 지역주민의 거주지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재활용품 매장은 지역주민과 봉사자들이 협업해 꾸려지는 장소이기도 해 초입에 있는 벽의 변화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풀무원과 더그림이 함께하는 벽화현장

오전 10시 30분, 현장에 도착하자 더 그림 측에서 금간 자국만 있는 칙칙한 벽에 스케치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11시가 되자 풀무원 연구원 18명이 현장에 도착해 모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붓을 잡았다.

풀무원은 평소 직원들에게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권하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매달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색다른 봉사활동 참여를 권하고 진행한다. 이날은 연구원들의 봉사활동 데이로 모두 새로운 봉사활동 참여에 들뜬 표정이었다.

풀무원 연구원 최연호(40) 씨는 “그동안 고궁 청소, 모자 뜨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봤지만, 오늘 벽화 그리기는 특히 더 즐겁다”며 “힘들어도 내가 그린 그림이 벽에 남으니까 보람이 있다”고 말하며 열심히 바람개비 스케치에 색을 채워 나갔다. 다른 참가자들도 “지금까지 했던 봉사활동 중 가장 재미있고 보람차다”며 소감을 전했다.

더그림의 김태진 봉사단장은 “벽화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하나는 벽화가 없어져야 할 공공미술이라는 의견이고, 또 하나는 그래도 벽화는 좋은 예술이라는 것이다”라며 “앞의 의견은 아마추어가 진행하는 벽화로 인해 생긴 인식으로, 더그림은 봉사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하되 벽화의 질을 더 높이고, 아름다운 그림의 완성을 위해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직접 도움을 주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도 미술 좋아하는데

이날 벽화 현장에는 본지의 홍보팀 박지희 팀장도 참여했다.

풀무원 연구원들이 참여하는 벽화 옆의 빈 벽에 자리를 잡고 라메드를 상징하는 5월의 ‘라메드 요정’을 그리고 벽화를 완성했다.

박 팀장이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자 사물놀이 관람을 끝내고 작업장으로 돌아온 장애우들이 하나둘 벽화 옆으로 모여들었다.

그중에서도 벽화작업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한참을 박 팀장 곁을 서성이던 고영일(35) 씨가 벽화를 바라보며 “뭐 하는 거냐?”고 질문을 던졌다. 벽화를 그린다고 대답하니 “나도 미술을 좋아한다”라며 “그림 그려진 입구가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결혼 10년 차로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김인수, 정명자 부부도 “벽이 예뻐져서 좋다”며 “화장실 가는 길에 비어있는 벽도 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다들 아쉬운 듯 각자의 일터로 돌아갔지만, 퇴근길에 완성된 벽화를 보며 즐겁게 돌아갈 것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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