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뉴얼날레: 목하진행 중’展을 위한 큐레이터 토크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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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비평과 토론까지 담아내다

이은새 씨의 유채화 ‘The melting coffee’(왼쪽)와 ‘짓눌린 도너츠’.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은새 씨의 유채화 ‘The melting coffee’(왼쪽)와 ‘짓눌린 도너츠’.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 앞 큰길 건너편이다.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미술관의 덩치 아래 찰싹 붙은 그림자처럼 내리막 골목 한편에 허름한 2층 건물 하나가 웅크려 앉아 있다. 간판도 없다. 슬쩍 들여다보니 커피도 팔고 이것저것 전시 같은 걸 하는가 싶다. ‘아마 무슨 문화시설 겸 카페인가 보다….’ 이 공간의 이름은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다.

27일 저녁 이곳에서는 5월 1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북극의 개념: 정신분열증적 지리학’의 큐레이터 토크가 열렸다. 기획자 강영희 씨가 전시 주제와 의도에 관해 영상자료를 동원하며 설명했다. 북극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놓고 작가 8명이 저마다의 심상을 드러낸 전시다. 테이블 위에 일렬로 늘어놓은 나침반을 통해 ‘북쪽’을 새삼 선명하게 가리키거나, 눈이 쌓여 성장하는 동시에 녹아내리는 얼음산 이미지를 담은 영상물을 걸어놓은 식이다.

한 주 전에는 같은 자리에 작가 이주리 씨와 박경린 큐레이터가 앉았다. 5월 18일부터 일반 공개를 시작하는 다음 전시 ‘애뉴얼날레: 목하진행 중’을 위한 난상토론. 비평가와 관객이 참여하는 전시기획 토론을 개막 전에 수차례 진행해 그 과정을 결과물에 반영하는 기획전이다. 대개의 전시 관련 토론이 이미 완결된 상황을 보여주고 일방적인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데 반해 ‘애뉴얼…’ 토론 참여자들은 6월 28일까지 공개되는 ‘전시 진화 중’ 과정을 통해 토론 내용이 전시물로 시각화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토론 내용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주리 씨의 전시기획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작업 초기 보여준 생기를 빠르게 잃은 듯하다” “방법적 전환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도구의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지 않은 듯하다”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됐다. 허름한 건물을 닮은 듯 전시의 짜임새도 치밀하지 못하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스스로 온전히 결정하지 못한 채 내놓은 언어가 허허로이 떠도는 건 여느 현대미술 전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럴싸한 포장은 없다. 포장 않기를 의도했다기보다는 포장이 불가능한 공간인 까닭이다. 전시가 완성품 나열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슬렁슬렁 찾아가 둘러볼 만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애뉴얼날레#북극의 개념#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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