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에디터의 가죽공예 도전기, DIY 카드지갑 만들기

  • 입력 2015년 4월 20일 10시 32분


코멘트
배우 최민수는 방송에서 여러 차례, 가죽공예에 푹 빠져있다는 얘기를 했다. 오토바이를 즐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터프가이가 조그만 작업실에서 가죽을 다듬으며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마음을 느껴보고자 에디터가 일일 가죽공예를 체험했다.

에디터 임종현 포토그래퍼 김현진 촬영협조 가죽공방 집(010-7575-1551)


지난 3월 18일, 가죽공예를 체험하기 위해 용산구 신흥로에 있는 ‘가죽 공방 집’을 방문했다.

여러 가죽공방 중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공방이 빈티지 카페처럼 우아하고 예뻤으며 재봉틀을 쓰지 않는 수작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상냥한 전화 목소리만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건장한 체격의 김만집 대표와 강아지보다 애교가 많은 고양이 코코가 반갑게 에디터를 맞아주었다.

올해 35세인 김 대표는 본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우연히 가죽공예를 접한 뒤 가죽공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이후 혼자서 관련서적을 찾아보며 취미로 하던 가죽공예를, 2010년부터는 회사까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체험공방의 특성상 ‘가죽공방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일일체험자와 정기수강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작업가죽제품을 사러 오는 구매자들도 꾸준히 있다고 한다. 공방에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가죽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보면서 ‘나도 이처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2시부터 시작된 체험은 7시까지, 5시간 동안 이어졌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가죽제품 만들기

가죽공방 체험을 하려면, 우선 무엇을 만들지부터 정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서류가방이라도 만들고 싶겠지만, 그러려면 숙련된 기술과 며칠에 걸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평균 일일체험시간인 4시간을 전후해서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는 카드지갑, 여권지갑, 벨트, 팔찌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들은 체험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디자인과 색상 등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에디터가 선택한 건 카드지갑이었다. 최근에는 크고 무거운 지갑 대신 신용카드 몇 장과 지폐 한두 장만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카드지갑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쓸 걸 만들고 싶었다.

카드지갑을 만들겠다고 하자, 김만집 대표는 우선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며 두꺼운 종이로 된 도안과 자 그리고 샤프를 내밀었다. 가죽공예니 당연히 가죽을 만지며 시작할 줄 알았기에 조금 실망했다.

일단 겉감 크기의 커다란 네모 1개와 안감으로 카드가 들어가는 칸을 만들 때 쓸 다른 크기의 작은 네모 2쌍을 만들기 위해 자를 대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만든 5개의 네모를 선에 맞춰 칼로 잘라내자, 김 대표는 오색찬란한 가죽들을 보여주며 색상을 고르라고 했다. 이태리 장인들이 손 염색한 고급 베지터블 가죽을 직수입해 들여온 것이었다.

겉감과 안감을 같은 색으로 해도 되고, 여러 색의 가죽을 사용해 안에 포켓 하나하나를 다른 색으로 해도 된다고 했다. 겉감과 안감만 다르게 하는 2가지 색으로 하기로 금방 결심했으나, 가죽색깔들이 모두 예뻐 어떤 색을 고를지는 꽤 고민했다. 결국, 겉감은 찐한 갈색으로 안감은 연한 갈색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선 긋는 거 하나, 칼질 한 번도 신중히

가죽을 고르니, 좀 전에 잘라났던 도안을 가죽 위에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아무데나 올리는 게 아니라, 가죽을 잘 만져보고 원 하는 부위에 올려야 했다. 천연가죽이므로 가까이 보면 무늬가 조금씩 다르고 질감도 약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충 만져본 뒤 부드러운 곳에 도안을 올렸는데, 이번에도 바로 가죽을 자르는 게 아니었다. 도안을 대고 송곳으로 그어 칼로 자를 부분을 표시해 두라고 했다. 성격 급한 에디터가 ‘그냥 바로 칼로 자르면 안 되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김 대표가 말했다.

“선 긋는 거 하나, 칼질 한 번도 집중해서 정확히 하셔야 해요. 또 나중에 송곳으로 표시한 부분을 자를 대고 칼로 잘라낼 때도, 선 안쪽 을 대고 자를지, 선 밖을 대고 자를지 자기만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잘라야 합니다. 1밀리의 오차들이 모이면, 나중에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두 명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한 명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게 완성도가 더 높습니다.”

그 말에 정신을 집중해 송곳을 그어 표시하고, 이후 표시한 부분에 자를 대고 칼로 잘라냈다. 생각보다 가죽이 잘 잘려서 긴장됐다. 그런데 이렇게 몰입하다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다듬기

당장에라도 접착제로 가죽들을 붙여 카드지갑 모양이 나오는 걸 감상하고 싶었지만, 그 전에 가죽들을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칼로 잘라낸 부분이 거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사포를 이용해 부드럽게 다듬어줘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거는 가죽을 잘 세워서 단면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가죽을 잡은 손이나 사포를 잡은 손이 조금만 기울어지면 앞뒷면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시에 따라 정성스레 사포질을 하고 나니, 단면에 칠할 염색약을 무슨 색으로 할 거냐고 물어왔다. ‘아니 이 얇은 단면에 염색까지 한다고?’ 순간 이해가 안됐지만, 막상 염색된 단면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더욱 깔끔할 것 같았다. 이번에도 어떤 색을 고를지 주저하자, 검정색이 무난하다며 먼저 추천해주었다.

사실 이 작업에선 엣지코트를 바르기도 하지만, 초보자들은 염색약을 종이컵에 담아 면봉에 묻인 뒤 바르는 게 빠르며 실수도 적다고 했다. 그런데 안감 포켓 안쪽 단면만 염색하고, 바깥 단면들은 바느질까지 모두 끝난 뒤 한다고 했다.

염색약을 다 바르면 가죽을 바닥에 대고 뭉친 천으로 문질러주었다. 그렇게 하자 확실히 염색약이 잘 스며들어 있었다. 여기에 마감재까지 손가락으로 발라준 뒤, 천으로 똑같이 문질러주니 단면에서 은은한 광택이 났다. 그렇게 4개의 카드가 들어갈 입구인 4개의 단면에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기본모양을 완성시켜주는 접착

본드도 그냥 바로 바르는 게 아니었다. 본드가 닿는 가죽 뒷면은 자와 샤프로 표시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안쪽포켓 가죽 앞면은 디바이더를 5밀리로 맞춰 그은 뒤 칼을 사용해 긁어내는데, 그 이유는 가죽 앞면은 미끄러워 그냥 본드를 바르고 붙였을 때 잘 안 붙기 때문이다.

본드는 한 면에만 바르는 게 아니고 접착이 될 양면에 모두 바르는데, 본드의 양이 많으면 나중에 울퉁불퉁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살짝 바르되 빈 곳도 있으면 안 되므로 골고루 발라준다.

본드가 마르는 동안 김 대표는 에디터를 위해 따뜻한 커피를 타주며 잠시 쉬라고 했다. 그때 에디터에게 다가온 고양이 코코와 잠시 놀았는데,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도 잘 따랐고 쓰다듬어 주면 몸을 비비면서 좋아했다.

“어쩜 고양이가 이렇게 애교가 많냐?”고 묻자 김 대표는 짧고 명확하게 “발정기라서 그럽니다”라고 답했다.

시간이 지나 본드가 다 마른 거 같은데도 붙이란 말을 안 하자, 이러다 안 붙는 건 아닐까 초조해졌다. 그런데 본드는 확실히 다 마른 후에 붙여야 더 깔끔하게 잘 붙는다고 했다. 다만 잘못 붙이면 다시 떼어내야 하니, 정확히 끝선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붙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성질 급한 에디터가 한 번에 확 붙여 삐뚤빼뚤하게 붙자 다시 떼어내야 했다. 결국, 모난 부분을 칼로 긁어낸 뒤 다시 접착제를 바르고 말린 뒤 붙이는 지루한 과정을 반복했다. 이후 확실하게 잘 달라붙도록 망치로 전면을 두드려 주었다.

접착과정이 모두 끝나고 카드지갑의 기본 모양이 나오자 완성이라도 된 듯 뿌듯했다.


바느질을 위한 준비

4개의 끝선을 사포로 다듬은 뒤, 또다시 디바이더를 5밀리로 맞춰 안쪽 끝선에 대고 그었다.

이번에 긋는 건 접촉점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바느질 선을 표시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작업까지 마치자 문득 두려워졌다. 양말에 난 구멍도 제대로 꿰매지 못하는 에디터이기에, ‘과연 바느질까지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듬기가 끝나자 김 대표는 에디터를 다른 자리로 안내했다. 그러더니 실과 바늘이 아닌, 포크같이 생긴 ‘그리프’라는 도구와 망치를 건네주었다. 아까 디바이더를 이용해 표시한 바느질 선에 그리프를 대고 망치로 두드리면 실이 들어갈 구멍이 생긴다고 했다. 별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으나, 그래도 신중하게 망치질했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자 더욱 빠른 속도로 그리프를 옮기며 망치질을 했다. 하지만 3/4 정도 진도가 나갔을 때, 그리프가 조금 미끄러져 끝선에 가깝게 박혔다. 순간 망치질을 하던 내 손은 떨려왔고, 밝기만 하던 김 대표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렇게 하시면, 나중에 바느질했을 때 가죽이 찢어질 수도 있어요. 절대 선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프가 미끄러져 다른 곳에 구멍이 나면 돌이킬 수 없거든요. 이 나머지 부분은 제가 해드릴게요”

김 대표는 그리프와 망치를 집더니, 신속 정확하게 구멍을 내주었다. 에디터보다 다섯 배는 빠른 속도였다. 과연 전문가는 전문가였다.


품격을 더하는 바느질

이후 바느질에 쓸 실을 고르라고 했다. 가죽보다 훨씬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또다시 고민됐다. 지갑의 색과 어울리는 진한 색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검정색과 갈색을 고른 뒤 어떤 게 좋을지 물어봤다. 그는 가죽과 색깔이 비슷하면 바느질이 조금 엉성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하며 갈색으로 정해주었다.

바느질의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김 대표가 선호하는 건 실 하나에 바늘 두 개를 걸고 양손으로 바느질하는 새들스티치 방법이었다.

실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바느질할 구간의 3배를 잡으면 된다. 초보자가 지갑 전체를 한 번의 바느질로 끝내기는 쉬운 게 아니므로, 절반씩 나눠 두 번에 거쳐 하면 된다고 했다.

두 개의 바늘귀에 각각 실을 넣고 매듭을 잡는 작업까지 끝나면 지갑을 고정대에 고정시키고, 그리프를 이용해 만들었던 구멍에 바늘을 넣어주면서 바느질을 하면 된다. 두 바늘을 양손으로 동시에 잡아당기며 할 수도 있었고 한 손씩 번갈아 가며 할 수도 있었는데, 양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건 어려워 보여 한 손씩 했다.

이미 만들어진 구멍에 바느질하는 거다 보니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바늘이 한번 교차할 때마다 꽉 잡아당겨 조여 주어야 튼튼하게 되는데, 초반 때 너무 살살 당겨 실이 헐렁헐렁하게 됐다.

때문에 시작한 지 5분 만에, 그동안 바느질했던 걸 바늘로 한 땀 한 땀 다시 끄집어내어 잡아당겨 줘야 했다. 다행히 이후부터는 바느질에 요령이 붙어서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더욱 예쁘게 묶였다. 30분 후 바느질은 모두 끝났다.


깔끔한 마무리 작업

오돌토돌한 느낌의 실을 만지면서 촉감 참 좋다고 말하며 웃고 있는데, 김 대표는 “그 촉감을 조금 줄여야 한다”며 에디터에게 눌림 집게를 건넸다. 이걸로 바느질한 부분을 눌러줘야 더 견고해진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꽉 눌러주고 나니, 오돌토돌한 느낌은 좀 덜해졌지만, 전보다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았다.

이후 지갑 안쪽 가운데 부분과 4개의 단면선에 마감재를 발라 주고 천으로 문질러 주자, 더욱 은은한 광택이 나왔다. 이 4개의 단면선에도 염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원상태 그대로의 느낌이 좋아 추가 염색작업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작업을 하며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있던 지갑 겉면도, 천에 클리너를 묻혀 닦아주니 마치 백화점 진열장에 전시된 지갑처럼 근사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내가 만든 작품이라는 걸 더욱 쉽게 증명할 수 있는 이니셜을 새기는 작업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알파벳이 새겨있는 틀을 지갑 위에 올리고 망치로 톡톡 두드려 주면 새겨진다고 했다. 에디터도 이름의 이니셜인 I. J. H를 새겨 넣었다. 김 대표는 지갑을 잘 만들고도 이니셜을 삐뚤빼뚤하게 새겨 넣어 속상해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다 수작업제품의 묘미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농담 같지만 분명 맞는 말이었다.

5시간 동안 나만의 지갑을 만들며, 이렇게 작은 지갑 하나에도 정말 많은 손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갔다. 체험하고 일주일이 지나 기사를 쓰는 지금도, 이 카드지갑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만지는 느낌이랄까?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