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이던 코끼리, 날던 용을 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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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15년 성장률 中 추월 전망
법인세 인하-외국인 투자 유치… 모디노믹스 개혁작업 결실
IMF, 2016년에도 7.5% 성장 예측… 주변국 외교서도 中견제 역량 키워

인도가 매섭게 중국을 추격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국에 버금가는 영토와 인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경제가 지지부진해 ‘헐떡거리는 코끼리(Gasping Elephant)’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인도였지만 올해 일부 경제 지표에서 중국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주변국 외교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수준으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가 16년 만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코끼리가 중국의 용을 앞지르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 중국 넘어선 경제성장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16일 인도를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만나 “IMF 고위 간부급에 인도 출신 인사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위상이 오른 만큼 대접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언제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도 출신이 IMF의 수장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인도가 이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4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독일을 합친 규모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나온 IMF의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은 7.5%에 달한다. 이는 1월 제시한 전망치 6.3%보다 1.2%포인트 높다. 반면 중국은 올해 6.8%, 내년 6.3%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올해 초 인도의 성장률이 2017년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IMF는 그 시기를 2년 앞당겼다.

인도의 부상은 지난해 집권한 모디 총리가 단행한 부패와 비효율을 걷어내는 개혁 작업의 결실로 분석된다. 모리 총리는 현행 30%인 법인세율을 4년 내 25%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최근 밝혔다. 또 철도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지분을 100%까지 높이는 등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나서고 있다. 효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경제계획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인도 개조 국가기구’를 설치했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신규 투자 프로젝트는 640억 달러(약 71조 원)로 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느려지고 있는 반면 인도에는 거대한 신흥 시장이 우뚝 서 있다”고 평가했다.

○ 중국 견제용 인도양 세력 확대

모디 총리는 외치(外治)도 다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스리랑카 등 인도양 3개국을 방문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중국 견제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기 위해 인도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디 총리를 영접한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모디 총리는 다음 달 14∼19일에는 중국, 몽골, 한국 등 동아시아 3개국도 방문한다.

인도의 국방력도 급상승세다. 올해 인도 국방부는 핵잠수함 6척과 프리깃함 7척을 새로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항공모함 두 척을 보유한 인도는 3번째 항공모함도 건조하고 있다.

인도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국과의 마찰음도 더 크게 들린다. 모디 총리는 올 2월 중국과 국경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아루나찰프라데시 주(州)를 전격 방문했다. 이 지역이 인도 영토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인도대사를 불러 “불순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분쟁 도서에 대한 영유권 공세를 강화하자 인도는 베트남과 군사공조를 넓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이유종 기자
#인도#중국#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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