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여행) 도심 속 의외의 재래시장 풍경들

  • 입력 2015년 1월 13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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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마천루 속에서 만난
의외의 재래시장 풍경들

재래시장은 깔끔하고 잘 정돈된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를 즐기고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등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장소이다.

재래시장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각종 냄새에는 개개인의 삶이 녹아 있다.

혹자는 재래시장을 ‘헌 옷을 새 옷으로 바꾸고 가난뱅이도 부자로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상인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서울에 있는 재래시장들의 독특한 풍경들을 돌아봤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중국 화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노룬산 골목시장’

건대입구역과 뚝섬역에 인접해 있는 노룬산 시장과 노룬산 골목시장은 영동대교 북단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재래시장이다.

노룬산은 성동구 성수동에 있던 동산의 이름으로 가을철 누렇게 물든 잔디 언덕을 보고 누런 잔디산이라 부르던 것이 점차 누런산, 누룬산, 노룬산으로 변한 것이다. 현재는 낮은 잔디 구릉 대신 뚝섬 제방이 들어서 있다.

광진구에서는 규모가 제법 큰 시장에 속하는 ‘노룬산 시장’은 노룬산 골목시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데, 그 입구에는 12월에도 여전히 추석맞이 이벤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룬산 골목시장에 들어서면 견고한 천장과 만국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간판은 잘 정돈돼 있는데, 채소가게, 정육점, 이불가게, 떡집 사이로 빨간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인데 중국 만두나 과자 등 중국 간식이 많다. 시장 근처에도 여행사, 부동산, 환전소, 식품점, 식당 등 중국어 간판을 걸고 있는 중국 상점이 많다.

인근에 조선족과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노룬산 골목시장에서는 중국 화교 음식과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노룬산 골목시장 안에는 특이하게 대형 슈퍼마켓이 있다. 시장에서는 어디에서든 전통시장 상품권과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고, 넷째 주 일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정해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국숫집에 들렀다. 칼국수가 3,000원, 잔치국수가 2,000원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쁠 땐 한 테이블에 합석해서 각자 식사를 하고 나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칼국수를 한 그릇 시켜 먹으며 사람들이 왜 시장을 찾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곳에는 넉넉한 인심과 푸근함이 있었다.

주소 : 서울시 광진구 뚝섬로23길 18-10
영업시간 : 10:00~22:00, 연중무휴
문의 : 02-465-2103


낙원상가에는 ‘낙원지하시장’이 있다

종로에 악기를 파는 낙원상가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원상가에는 악기만 파는 것이 아니다. 그 지하에는 제법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낙원상가에 지하시장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낙원상가를 수없이 지나다녔어도 낙원상가 지하에 시장이 있는 줄은 서울생활 33년 만에 처음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낙원지하시장은 낙원상가가 생길 때부터 같이 존재해 왔다. 낙원지하시장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건 모두 있다. 지하시장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의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여기 시장이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바로 그 생각이 들 때쯤 시장이 툭 하고 펼쳐진다.

쭉 둘러보니 반찬가게, 신발가게, 생선가게, 정육점은 물론, 각종 수입식품을 취급하는 가게들과 따뜻한 커피를 파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모 방송에서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음식점을 포함해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들도 많다. 낙원지하시장을 찾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이곳의 밥집을 찾는다.

시장을 찾은 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생선가게 주인에게 다가가 요즘 장사가 잘 되는지 물었다.

낙원지하시장에서 장사를 한 지 30년 됐다는 가게 주인은 “이곳이 과거에는 정말 큰 재래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손님이 많지 않다”며 “설날에도 손님들이 도매시장이나 백화점에 많이 가지 재래시장에는 예전만큼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장은 이른 시간일수록 더 활기를 띠어야 하는 법”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시장의 길목이 비어있는 순간에도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영업시간 : 09:00~20:00, 매주 일요일 휴일
문의 : 02-743-4200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 100년 역사의 ‘광장시장’

광장시장의 빈대떡과 마약김밥이 맛나고 유명하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광장시장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방산시장과 마주하고 평화시장과 동대문시장과 이웃하고 있는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그 100년사에 대한 책이 출판돼 있을 만큼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조선의 상인들이 직접 설립한 광장시장은 처음에 생겼을 때만 해도 직물 도소매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빈대떡과 마약김밥, 육회와 대구탕 등 먹거리로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IMF 때 위기를 맞긴 했지만, 상인과 손님들은 함께 이곳을 지켜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만큼 골목골목마다 역사가 묻어 있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있는 광장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후각이 자극을 받는다.

각종 육수로 우려낸 어묵 국물과 기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 따뜻하게 김을 뿜고 있는 순대와 수육 냄새까지, 이 먹자골목을 그냥 지나치기란 힘들다.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로 가득한 시장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러나 광장시장을 먹거리 시장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예비부부가 혼수를 준비하는 곳으로도 유명한 광장시장은 우리나라의 모든 직물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옷과 이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먹거리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만큼이나 많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준 광장시장을 돌다 보면 상인과 손님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만들어진 이곳만의 오래된 박자가 들리는 듯하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8
영업시간 : 09:00~22:00, 연중무휴
문의 : 02-2267-0291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의 틈새 ‘신진시장’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 사이에 위치한 신진시장의 풍경은 먹거리 골목과 아웃도어 골목으로 이뤄져 있다. 누군가는 신진시장에는 시장이라는 이름보다는 ‘먹거리 골목’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도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먹거리를 찾아 일부러 시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진시장의 대표적 먹거리는 닭한마리와 생선구이, 곱창볶음인데, 온라인에 신진시장을 검색하면 곱창에 대한 블로거들의 칭찬이 대부분일 만큼 신진시장의 곱창은 특히 유명하다.

신진시장은 종로5가역에서 내려 동대문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나온다. 신진시장을 찾은 날이 눈 내린 후라 그런지 시장은 전체적으로 춥고 어둡게 느껴졌다. 바로 옆의 광장시장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데 비해 이곳은 썰렁한 편이었다.

초입에 즐비한 곱창집을 포함한 식당가를 지나자 옷가게와 노점수선집이 나왔다. 이 노점수선집이 신진시장의 특별한 풍경이다. 상가의 형태가 아니라 상가와 상가 사이의 가운뎃길에 자리 잡고 있는 수선집은 재봉틀과 각종 실을 판자 위에 두고 있었다. 겨울의 칼바람을 두꺼운 비닐막으로 막고, 손님들이 가져오는 옷을 몸에 맞게 줄여주거나 늘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 뒤 2층에 위치하고 있는 만남의 장소도 신진시장만의 특이한 풍경인데, 막상 올라가 보니 의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냉한 기운만 돌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 안의 만남의 장소 자체가 주는 낭만이 있었다.

신진시장에는 미군용품점이 많아 각종 밀리터리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또한, 레저문화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부터 등산용품가게가 자리 잡고 있어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이외에도 유니폼 가게와 각종 특이한 가게들이 있어 아이쇼핑을 하기에도 즐거운 곳이다.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38길 16
영업시간 : 08:30~18:00, 매주 일요일 휴일
문의 : 02-2277-5395


작지만 알찬 실내시장 ‘보광시장’

이태원과 한남동 사이의 보광시장은 얼핏 보면 시장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옆에 큰 규모의 보광할인마트가 있어 그곳으로 눈길이 가지, 작은 보광시장의 간판까지는 눈길이 잘 닿지 않는다.

요즘에는 흔치 않은 실내시장인 보광시장은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점포들이 입점해 있다. 비록 큰 시장은 아니지만, 반찬가게, 떡가게, 이불가게, 수입품 코너 등 없는 거 빼고 다 있어 시장을 한 바퀴 돌면 필요한 물건은 다 담을 수 있다. ‘작지만 알차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보광재래시장이라는 빨간 간판 아래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열쇠가게와 떡집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바로 시장이 나온다. 안에는 반찬가게와 식품점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고개를 들고 쭉 돌아보니 몇몇 가게는 이름이 따로 없고 가게에서 파는 식품명을 적어둔 것이 간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반찬가게에 반찬을 사러 온 손님이 반찬을 조금 더 넣어달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장이 아담한 만큼 상인들 사이도 돈독해 보였는데, 서로 웃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손님을 맞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입품 코너의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는데, 그 모습에서 따뜻하고 소박한 시장의 인상이 더해졌다.

실내시장이라 그런지, 점포마다 백열전구가 켜져 있어서 그런지, 상인들이 웃으며 말을 걸어와 그런지, 보광시장의 공기는 유난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30
영업시간 : 09:00~20:00, 연중무휴
문의 : 02-794-4938


이색적인 보물섬 ‘이태원시장’

이태원하면 이국적인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이국적인 음식들로 가득한 거리. 그 이태원역 근처에 파란간판의 이태원 시장이 있다.

이곳 시장에는 빅보이들을 위한 빅사이즈 옷부터 시작해 일반 여성들을 위한 수입의류는 물론, 화려한 파티의상들까지 갖춰져 있다. 다양한 액세서리와 외국인들을 위한 전통기념품도 판다.

이태원 시장에서는 4계절 용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외국인들의 발길을 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고 디자인 좋은 옷을 고르려면 이태원 지하시장으로 가보라’는 조언을 하는 책도 있을 정도이다.

이태원 시장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복, 가방, 액세서리, 기념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가 그곳에 밀집해 있다. 명품 카피 쇼핑의 명소로 알려져 있어, 이미테이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독특한 아이템이 많고, 현금과 카드의 가격차가 큰 곳이기 때문에 현금을 챙겨가는 것이 합리적인 쇼핑을 위한 팁이다.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14길 6
영업시간 : 09:00~20:30, 매주 화요일 정기휴일
문의 : 02-794-5682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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