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안보이는 바우하우스 무대실험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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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서 2015년 2월까지 순회전

1920∼29년 바우하우스 교수로 재직한 독일 화가 오스카어 슐레머의 공간무용 ‘중심을 향한 동작’. 슐레머는 벽화 제작을 가르치는 한편 무대예술 실험 작업도 선보였다.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제공
1920∼29년 바우하우스 교수로 재직한 독일 화가 오스카어 슐레머의 공간무용 ‘중심을 향한 동작’. 슐레머는 벽화 제작을 가르치는 한편 무대예술 실험 작업도 선보였다.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제공
“왜 지금 바우하우스인가 궁금할 거다. 퍼포먼스나 다양한 영역의 융합 복합을 주제로 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 원류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전 기자간담회 첫머리에 류지연 학예연구관이 여럿의 의문을 앞질러 말했다.

건축평론가 데얀 수직은 저서 ‘바이 디자인’에서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1883∼1969)의 명성에 어울리는 업적은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아니라 바우하우스를 설립해 20세기 최고의 미술디자인학교로 만든 일이다. 바우하우스 전시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된다”고 썼다.

독일어 ‘bau(짓다)’와 ‘haus(집)’의 합성어를 학교명으로 내세운 바우하우스는 1919년 세워져 1933년 나치 정권 탄압으로 폐교했다. 이 학교는 디자인, 예술, 건축을 개별 분야가 아닌 통합적 문화 접근의 구성 요소로 여겼다. 그로피우스,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등 스타 교수진의 적극적 홍보에 힘입어 20세기 초 구체화되기 시작한 산업화시대 디자인 아이디어의 집적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독일 데사우 시 옛 바우하우스 건물에서 시작해 5월 노르웨이를 거쳐 서울로 건너온 순회전이다.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학교라는 브랜드 파워를 업었지만 전시 고갱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거의 한 세기 전 만들어진 자료를 모아 선보이는 전시. 치밀하게 짜인 효율적 구성으로 승부를 보거나, 오래 묵은 콘텐츠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신작을 선보일 수 있을 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방법 모두를 취해 어중간하게 주저앉았다.

벽면에는 바우하우스를 소개하는 연혁이 요령부득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처럼 박혔다. 넉넉하지 못한 공간을 7개로 나눈 섹션에 촘촘히 박힌 자료가 안쓰럽다.

바우하우스와 연관성을 보인다는 국내 작가 6명의 작품 역시 이음매의 맥락을 알 수 없게 놓였다. ‘왜’보다는 ‘어떻게’를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수직이 “과시형 싸움꾼, 바람둥이, 에고이스트 괴짜 디자이너들의 온상”이라고 한 뒤죽박죽 생기발랄 용광로 바우하우스의 분위기를 재현하려 한 것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내년 2월 22일까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바우하우스#무대실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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