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밴드의 아름다운 고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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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 15집 ‘디 엔들리스 리버’ 들어보니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남은 두 멤버. 데이비드 길모어(왼쪽)와 닉 메이슨. ‘디 엔들리스 리버’는 이달 초 영국 아마존에서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을 끌어내리고 음반 예약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남은 두 멤버. 데이비드 길모어(왼쪽)와 닉 메이슨. ‘디 엔들리스 리버’는 이달 초 영국 아마존에서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을 끌어내리고 음반 예약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는 놀런의 영화이자 치머의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한스 치머가 아닌 록 밴드에 영화 음악을 맡겼다면,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하나가 소환돼야 했을지도 모른다. 광막한 공간감과 극적 긴장감을 두루 표현할 우주적 사운드의 창조자들.

핑크 플로이드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15집 ‘디 엔들리스 리버’(사진)가 11일 세계 동시 발매됐다. 근작 ‘더 디비전 벨’(1994년) 제작 당시 녹음했지만 발표되지 않은 연주에 데이비드 길모어(68·기타·보컬), 닉 메이슨(70·드럼)이 1년간 살을 붙여 신곡 18개를 완성해 담았다.

핑크 플로이드는 음악만으로 ‘인터스텔라’에 필적할 몇 개의 세계를 건설했다. 데뷔작 ‘더 파이퍼 앳 더 게이츠 오브 돈’(1967년)으로 록의 우주적이고 환각적인 경지를 개척했고, 초기 리더 시드 배럿(1946∼2006)의 탈퇴(1968년) 뒤 로저 워터스(베이스기타·보컬)와 길모어가 주축이 돼 만든 ‘메들’(1971년)과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1973년)의 미로 같은 소리 건축, ‘더 월’(1979년)의 서사적 전개로 록 음악사에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생활 소음과 정교한 연주를 입체적 음향으로 겹쳐내 20세기 대중음악사에 여러 명장면을 남겼다.

배럿, 워터스(1986년 탈퇴), 릭 라이트(리처드 라이트·신시사이저·1943∼2008)가 없는 핑크 플로이드는 “신작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공언했다. 21세기 처음이자 마지막 핑크 플로이드 정규앨범이 될 ‘디 엔들리스 리버’는 다이내믹한 명장면이나 긴박한 드라마가 없는 잔잔한 효도 영화 같다. 라이트의 신시사이저, 길모어의 스틸 기타가 주도하는 몽롱한 연주곡이 18분의 17이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내레이션도 들어갔다. 길모어는 긴 침묵을 깨고 마지막 곡 ‘라우더 댄 워즈’에서 ‘우리의 심장박동은/말보다 더 크다’고 노래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신작에 대해 전문가들은 “밴드 역사로 보면 평작이지만 플로이드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앨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진 팝 칼럼니스트는 “이제 먼 전설이 돼 버릴 거장의 아름다운 고별사”라고 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신비롭고 장대한 고조를 이어가다 블루스적인 밴드 연주가 터져 나오는 구성은 여전히 플로이드답다”고 평했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는 “깊고 섬세하고 영롱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반드시 큰 사운드로 감상해야 할, 위대한 거장 밴드의 마지막 발자취”라고 했다. 김작가 평론가는 “팬이라면 아련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듯하다”고 평했다. 경인방송 iFM ‘한밤의 음악여행’ 성우진 PDJ는 “이들의 ‘스완 송’이 될 것 같아 오랜 기다림과 아쉬움이 예리한 평가를 무디게 한다”고 했다.

11일 정오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발매된 앨범은 13일부터 음반 매장에서 CD나 CD·블루레이 디스크 합본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CD·DVD 합본, LP레코드 버전도 수입 판매될 예정이다.

메이슨은 음반사를 통해 “릭(라이트)을 향한 헌정 앨범이다. 핑크 플로이드 사운드의 중심에 서 있던 그의 연주를 들어볼 좋은 기회다. 그가 얼마나 특별한 연주자였는지 통감한다”고 전했다. 길모어는 “1994년 녹음분을 20시간 이상 들어보고 현대 스튜디오 기술을 살려 제작했다. 이번 앨범은 진정한 우리 레퍼토리의 일부”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핑크 플로이드#15집#디 엔들리스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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