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FTA, 전략적 활용해야 13억 시장 선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13억5000만 인구의 거대 시장이 우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미국 유럽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이어 세계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경제영토를 전 세계의 73%까지 넓혔을 뿐 아니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시대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번 한중 FTA는 상품,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경제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두 나라는 품목 수 기준 90%의 상품을 즉시 또는 20년에 걸쳐 개방해 한국의 경우 매년 54억4000만 달러(약 6조 원)의 관세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자동차를 제외했고, 중국은 농축수산물을 양보해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FTA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9조2400억 달러로 세계 2위이며 한국 수출의 26%, 수입의 16%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13개국과 FTA를 맺었지만 특수 관계인 대만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최대 공업국이다. 한국으로서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다른 나라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 기술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제품에 밀려 고전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들과 맞닥뜨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철강 조선 전자 등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최근 FTA에서 상품의 관세 철폐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비스와 투자, 비(非)관세 장벽 분야다. 이번 중국과의 협정에는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분야도 포함됐다. 한국에서는 낮은 생산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이 중국 시장을 만나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졌다.

‘FTA는 대외 협상보다 대내 협상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쌀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김치가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시장 개방과 동시에 중국 농수축산물 개방이라는 충격을 맞는 농민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정직하게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만큼 친환경 고품질 제품으로 중산층 이상을 공략한다면 농업은 ‘수출 효자 산업’이 될 수 있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교류를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외교 안보적 관계를 한층 심화하게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어제 “한중 FTA 체결은 이정표의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체화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중국의 전략적 관심 분야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이익에 중점을 두는 반면 중국은 미중 관계 및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FTA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어제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AIIB는 미국이 한국 참여를 반대하는 국제금융기구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도 반대함으로써 미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한국 역시 이번 FTA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함으로써 대북 관계에서 중국의 원활한 협조를 끌어내고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몸값을 올릴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동북아에서 외교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기우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상 바람직하지 않다. 협정으로 인한 이익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발 앞선 전략적 사고와 뼈를 깎는 경쟁력 향상만이 한중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장밋빛 전망에 기초한 졸속 타결”이라고 비판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 서둘러 밤샘 협상을 하며 임시 타결한 인상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가(假)서명과 정식 서명, 국회 비준까지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우리의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지되 야당은 습관적인 발목잡기를 하지 말고 경제 도약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장 개방은 참여자들이 얼마나 잘 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중 FTA가 타결된 만큼 이제 한국에 독이 아니라 보약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중국을 우리의 안마당, 내수시장으로 여기는 도전적 자세가 필요한 때다.
#FTA#한중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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