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금빛 메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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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폐막을 이틀 앞둔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금 5, 은 2, 동메달 8개의 성적을 거둔 유도 선수들도 주역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유도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방귀만이 절반을 빼앗긴 채 끌려가다 1분 25초를 남기고 업어치기를 성공시키는 장면은 통쾌했다.

시원한 기술에 매료돼 유도를 즐기면서도 용어를 잘못 쓰는 경우가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밭다리후리기’다. 이를 밧다리후리기, 받다리후리기로 아는 사람이 있다. 발음이 같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안사돈과 대립되는 말은 무엇일까. ‘밭사돈(바깥사돈)’이다. 즉 ‘밭’은 ‘바깥’의 준말이다. 그러니 ‘상대편을 어깨로 밀고 왼쪽으로 틀며 오른쪽 다리로 상대편의 바깥다리를 후려치는 기술’은 밭다리후리기가 맞다.

김성연 선수가 경기 시작 44초 만에 절반을 따낸 기술인 ‘어깨메치기’ 역시 어깨매치기라고 쓰는 경우가 있다. 이는 ‘메다’와 ‘매다’의 쓰임을 잘 몰라서이다. 어깨와 관련한 말에는 ‘메다’를, 묶는 일에는 ‘매다’를 쓴다. 가방은 둘러메고, 넥타이와 신발 끈은 매는 것이다. 메어치다, 어깨메치기, 메다꽂다, 메고 가다 등은 모두 어깨와 관련된 것이므로 ‘메다’로 쓰는 것이다.

‘상대편의 윗몸을 추켜올리며 허리로 업어 넘기는 기술’인 ‘허리채기’ 역시 열에 아홉은 허리치기라고 한다. 하지만 잡아채서 거는 기술이므로 허리‘채기’다. 씨름의 잡치기를 ‘잡채기’로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이 쓰는 표현인데도 사전에 오르지 않은 것도 있다. ‘배대되치기’가 그것. 인터넷 등에는 배대뒤치기로 올라 있기도 하다. 이 기술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게 핵심. 상대가 공격할 때 ‘상대의 배에 발을 대어 되치기 하는’ 기술이므로 배대되치기라고 해야 옳다.

유도 용어는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체조의 신’ 양학선이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문 종목은 ‘뜀틀’일까, ‘도마’일까. 신문마다 표기가 제각각이어서 헷갈린다. 둘 다 표제어로 올라 있다. 도마(跳馬)는 말 잔등처럼 생긴 틀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지금부터라도 언중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갔으면 싶다. 한자를 함께 쓰지 않으면 뜻을 잘 모르는 도마와 한눈에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는 뜀틀. 지금껏 써왔다는 이유만으로 도마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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