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대 RIC, 새로운 에너지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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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6월 19일 2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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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학교

일본의 주유소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비상용발전기를 갖춰야만 했다. 정전으로 주유기가 작동하지 않아 기름이 떨어진 차들이 지진피해지역을 빠져나오는데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주유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발 빠르게 법을 만들어 비상발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일본의 주유소 비상발전기는 법제화도 법제화지만, 앞선 에너지 저장 기술 덕에 가능했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설익은 기술이 농익어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나오기까지에는 뭔가가 더 필요하다. 기술과 기술을 연결시켜주는 네트워크와 기술을 이용하는 경영학적 마인드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연구능력만 있어서는 안 되고, 그것을 통합해 사회에 제시하는 능력까지 요구 받고 있는지 모른다.

RIC 센터장인 이홍기교수(가운데 넥타이 맨 사람)가 연구원들과 개발중인 자건거용 축전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IC 센터장인 이홍기교수(가운데 넥타이 맨 사람)가 연구원들과 개발중인 자건거용 축전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우석대학교 수소연료전지 부품 및 응용기술 지역혁신센터’(이하 우석대 RIC)는 연구실 안의 기술과 연구실 밖의 환경을 적절히 융복합한 결과물이다. 이 센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홍기 소장(우석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의 ‘공학도의 매니징 능력’ 강조는 시의에 맞는 듯 보인다. 달랑 기술만 들고 세상에 나왔다가 실패한 과학자가 부지기수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석대 RIC는 2008년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R&D기반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RIC(Regional Innovation Center) 신규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RIC는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산학협력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이 소장이 이끄는 연료전지연구팀은 우석대에서는 최초로 선정돼 중앙과 지방정부로부터 10년간 180억원 이라는 거액을 지원 받아 연구와 지원기업의 사업화에 나설 수 있었다.

RIC연구원들이 에너지 분광기를 통해 촬영된 금속표면을 보고 있다.
RIC연구원들이 에너지 분광기를 통해 촬영된 금속표면을 보고 있다.


우석대의 RIC는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에너지 환경’ 특성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산업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선순환 역할도 했다. RIC에는 70명에 달하는 우석대 교수와 학생, 그리고 자체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설립 후 연평균 10~13건의 연구 과제를 수행중인데 참여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2010년부터 연간 일인당 3백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RIC에서 태양광을 이용한 고속 배터리 충전기(fast battery charger)를 연구 하고 있는 이세희 씨(24·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는 “전공과목이 어떻게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졸업 후에 진출할 전력전자 분야의 기업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RIC에서 연구하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는 학생이 많다”고 귀띔한다.

우석대 RIC의 주된 연구대상은 ‘수소연료전지’를 응용한 ‘가정용 연료전지’다. ‘수소연료전지’란 수소를 산화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는 ‘2차 전지’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에너지에 비해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 발생이 적은 친환경 에너지다. 가정용 연료전지는 간단히 말해 가정용 보일러에 들어가는 전지다. 보일러의 에너지원을 수소연료전지로 일부 대체한 고효율의 보일러를 만들어 에너지 사용기간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게 이 소장의 꿈이다. 현재 연료전지의 가격은 800만 원 대. 이 가격대의 연료전지를 쓰는 보일러가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연료전지 값이 100만원 대로 떨어져야 한다. 앞으로 3,4년 안에 그런 가격대의 연료전지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이 소장의 예측이다.

이 소장은 “우리센터에서 개발한 스택(stack)이라는 전기에너지 생산 장치가 있다. 이를 연료전지에 넣으면 보일러 에너지 효율은 45% 가량 높아진다. 이는 기존 보일러에 비해 효율은 2배 이상 높아지면서도, 다른 수소연료전지가 들어간 보일러에 비해 값은 50%가량 떨어진다”며 우석대 RIC가 가진 기술력의 우위를 강조했다.

우석대 RIC는 지금까지 11개의 연료전지관련 기업을 창업하는데 도움을 줬다. 당초 10년 동안 5개 기업을 창업시킨다는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우석대 RIC가 국내 연료전지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해 관련사업의 파이를 키우고 연구소의 발전도 도모한다는 포석의 결과다. 창업 기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주)루비는 우석대 RIC와 공동으로 기존의 발전기에 비해 크기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10층 건물이 정전됐을 때 30분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25KW급 고용량 비상용 UPS(발전기)를 개발하며 성장 중이다.



우석대 RIC 건물 옆에는 하루 120kw의 전기를 생산해 내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다. 우석대 RIC가 지금은 수소연료전지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체에너지 전반을 포괄하는 2차전지의 연구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전주=이종승 컨텐츠기획본부전문기자(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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