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과 다른 들쭉날쭉 판결땐 설명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일 명예법관’된 이정향 영화감독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일 명예법관 위촉식’에서 영화감독 이정향 씨가 위촉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일 명예법관 위촉식’에서 영화감독 이정향 씨가 위촉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처음 입어보는 법복은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판결이란 생각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519호.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돕는 요양사를 술에 취해 성폭행한 60대 남성에 대한 공판이 형사합의29부 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판사석 맨 오른쪽에는 3명의 합의부 외에 또 한 명의 법관이 앉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의 ‘명예법관’인 영화감독 이정향 씨(50·여)였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을 만든 이 감독은 11년 전부터 관심을 가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에 대한 법정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2002년 사위와 사위의 이종사촌이 불륜관계라고 의심한 장모가 이종사촌을 청부살인한 사건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재판 방청을 하며 막바지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이 감독은 서울중앙지법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1일 명예법관 위촉 행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이날 “아내가 치매에 걸린 게 얼마나 됐는지, 변호인 말대로 알코올중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사건 이후 술을 끊으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이유나 환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말이었다.

이 감독은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법원이 소통 노력을 많이 하지만 그 성의가 국민에게 전달되는지는 회의적”이라며 “판사가 판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은 저절로 법원을 존중하고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신을 키우는 주범으로 국민의 법감정과 다른 ‘솜방망이 처벌’과 판사에 따라 달라지는 ‘들쭉날쭉 판결’을 꼽았다. 국민의 신뢰가 흔들린 판결에 대해선 판사 마음대로 판결했다는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법원이 충분히 설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끝으로 ‘검사’보다는 ‘문진’ 같은 재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병원에 가면 예전보다 문진이 줄고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검사를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만 증거로 검사하지 말고 문진하듯 피고인의 전체 모습과 상황을 보고 재판을 해줬으면 합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정향#명예법관#영화감독#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