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뇌파되먹이기’ 불면증의 새로운 치료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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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수면이야기]

진료실을 찾은 불면증 환자가 뇌파되먹이기 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진료실을 찾은 불면증 환자가 뇌파되먹이기 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잠들기 힘들고 자다가 자주 깨는 것이 불면증의 주된 증상이다. 불면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해 온 환자 중에는 이렇게 잠을 못 자는 것을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뇌의 구조를 보는 뇌 자기공명영상검사(Brain MRI)를 받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 중에 뇌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는 드물어서 대개는 정상으로 나온다.

신홍범 박사
신홍범 박사
불면증은 뇌의 기능적 문제다. 즉 뇌가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너무 심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불면증 환자가 잠을 잘 때 수면다원검사와 뇌파검사를 해 보면 깨어 있을 때 나와야 할 빠른 뇌파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을 자려고 할 때는 뇌의 활동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불면증 환자의 뇌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환자들은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이런 생각을 중단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잠을 못 잘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수면제는 생화학적으로 뇌 기능을 억제한다. 깨어 있는 뇌세포를 강제로 재운다. 그런데 수면제는 우리 뇌에서 기억 판단 집중 등 중요한 기능도 억제한다.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그 양을 늘려야 하고 뇌기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이처럼 수면제는 수동적으로 뇌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한편 우리 뇌가 능동적으로 상태를 조절해서 잠들기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뇌가 스스로 뇌 기능을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뇌파되먹이기(Neurofeedback) 치료가 그것이다.

뇌파되먹이기는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서 그 양상을 알려주고 환자가 특정 뇌파 즉 잠자는 데 도움이 되는 뇌파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치료법이다.

1971년 스터먼 박사가 SMR파(뇌의 감각운동피질 뇌파)를 이용해 간질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이후 뇌파되먹이기는 알코올중독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뇌파되먹이기를 불면증 환자에게 적용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뇌는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고 신경망은 훈련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뇌파되먹이기 치료는 뇌파를 이용해서 뇌의 상태를 바꾸어주는 비약물적인 치료법이다. 불면증과 같이 뇌가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에 뇌파되먹이기 치료는 뇌 상태를 안정시켜 잠들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뇌파되먹이기 치료의 특성상, 치료에 적극적이고 집중력을 비롯한 뇌기능이 좋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또, 불면증은 병의 특성상 잘못된 수면습관, 잠자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 잠에 대한 통제감 상실과 같은 인지적인 요인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뇌파되먹이기 치료만으로 불면 증상을 완전히 조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는 인지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신홍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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