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스님 “불교수행은 마음단속 잘해 휘둘리지 않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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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사상 최초로 ‘화엄경 강설’ 80권 완간 나선 무비 스님

무비 스님이 8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화엄전에서 최근 자신이 출간한 화엄경 강설 1차분 발간의 의의와 화엄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무비 스님이 8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화엄전에서 최근 자신이 출간한 화엄경 강설 1차분 발간의 의의와 화엄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팔만대장경 가운데 으뜸이자, 한국 불교의 뿌리인 화엄경 강설 80권을 완간하는 것은 내 평생 최고의 불사(佛事)입니다.”

8일 부산 범어사에서 만난 조계종 대강백(大講伯·당대 최고 학승을 칭하는 용어) 무비 스님(71)은 “많은 사람이 화엄경을 통해 ‘사람이 곧 부처다’라는 인불(人佛)사상을 깨달아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었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비 스님은 최근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화엄경 강설(80권본) 1차분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강설’ 5권을 출간했다. 스님은 “올해부터 팔순이 되는 2022년까지 8년간 매년 10권씩 화엄경 강설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한국 불교 사상 최초의 화엄경 강설본이다. 지금까지는 탄허 스님과 월운 스님, 무비 스님이 낸 부분 번역본인 ‘임법계품’ ‘보현행원품’만 나와 있었다. 화엄경 강설은 중국 불교에서도 당나라 이후 3∼4차례만 시도됐고, 근대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다.

무비 스님은 “부처님 설법 가운데 말씀의 양이 가장 방대하고 난해해 이를 강설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라면서 “화엄경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 너무 많았고, 이를 혼자만 즐기는 것보다 강의와 책자를 만들어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육신이 정상인 사람이더라도 인간의 본성을 모른다면 그야말로 장애를 겪으며 사는 것”이라면서 “화엄경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인불사상을 통해 빈부격차,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존중하고 섬기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화엄경에서 가장 아끼는 구절로 ‘봉행불교상섭심(奉行佛敎常攝心)’을 꼽았다. 불교를 받들어 행한다는 것은 항상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는 의미이다. 스님은 “마음을 바로잡을 능력이 없으면 남을 비판하고 충돌만 일으키게 된다.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은 마음 단속을 잘해 다른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화엄경의 가르침으로 세상의 물결을 조금이라도 맑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2010년 3월부터 부산 범어사에서 매월 첫째 주 월요일마다 경전연구모임인 문수경전연구회가 주관하는 화엄산림대법회의 법사를 맡아 화엄경 강의를 이끌어오고 있다. 강의마다 전국 각지에서 스님 200여 명이 범어사로 집결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7일 열린 강의에서는 조계종은 물론이거니와 천태종 소속 스님들도 다수 참여했다.

무비 스님은 1943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1958년 범어사에서 출가했고 1977년 당시 대강백으로 꼽힌 탄허 스님에게서 화엄경의 법을 전수받아 그 강맥(講脈)을 잇고 있다. 통도사 강주,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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