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의 간첩 사건 조사에 국익은 실종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중국 정부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중국 공안 담당자들이 한국 기관원을 접촉하고 정보를 제공한 것을 스파이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관련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자신들이 직접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어제 일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중국 주재 선양 총영사관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국가기관이 조용하고도 엄중하게 진상조사를 해야 할 사건을 민주당이 요란하게 들쑤셔 무슨 득이 될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화교 출신 유우성 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2심 재판에서 검찰 측이 유 씨가 북한을 드나든 새로운 증거라며 제출한 입·출경 공문서의 진위다. 이 공문서는 중국 당국이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법원의 진위 확인 요청에 주한 중국대사관은 ‘위조’라고 회신했다. 이를 근거로 유 씨 변호인 측은 조작을 주장했고, 검찰 등은 비정상적인 공문서 발급을 범죄로 보는 중국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맞섰다. 어디까지나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다퉈야 할 일이다.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은 지정학적인 위치나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상당수 중국, 그것도 공식 라인이 아닌 비공식 라인을 통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다른 외부 단체들이 이번 사건에 과도하게 개입해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까지 까발려 대북 인적정보망의 훼손을 초래한다면 국익에 반하는 행위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수사와 유 씨의 여동생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주로 의존해 기소하는 바람에 1심에서 낭패를 봤다. 진술은 뒤집혔고, 핵심 증거 중 하나로 유 씨가 북한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찍었다는 사진도 변호인 측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확인한 결과 중국에서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2심에서 확실한 증거라며 제시한 중국 공문서들까지 조작 논란에 휩싸였으니 국정원의 엉성한 수사와 검찰의 치밀하지 못한 기소가 이번 사건을 키운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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