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난민수용소 폭동 1명 사망 77명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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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천국’서 ‘난민 지옥’으로 눈총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역외(域外) 난민수용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1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다. ‘난민들의 천국’으로 불렸던 호주는 최근 난민을 내쫓고 인권 학대 논란이 나올 정도로 돌변해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호주 국영 ABC방송은 호주 정부가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에 설치해 운영 중인 난민수용소에서 16, 17일 이틀간 폭동이 발생했고 진압 과정에서 1명이 숨졌다고 18일 보도했다. 난민 35명은 수용소 탈출을 시도했지만 다시 붙잡혔다. 이번 폭동은 수용된 난민들에게 제3국행 선택권이 주어지는 대신 파푸아뉴기니에 정착시킬 것이라는 소문에 동요하던 난민들이 수용소 관리들의 가혹행위에 저항하면서 촉발됐다. 난민 인권단체인 난민행동연합의 이언 린툴 대변인은 “현지 주민과 경찰의 조직적이고 야만적인 폭력행위가 폭동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집권했던 노동당 정부는 난민에 호의적인 정책을 폈다. 밀입국 방지 정책을 중단했고 난민을 수용소로 보내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하는 ‘연결 비자(bridging visa)’ 정책으로 유엔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덕분에 난민 보호와 생활 지원이 우수한 국가로 선정됐다. 그 여파로 호주행 난민 수가 급증했다. 2004∼2008년 호주 밀입국 난민선은 한 해에 1∼7척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00척으로 급증했다. 10년 전 10여 명이던 난민 수도 지난해 2만 명을 넘어섰다.

난민 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 중산층의 불만이 높아졌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지난해 선거에서 ‘난민선 밀입국 봉쇄’를 공약으로 내걸어 집권했다. 지난달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9%는 호주로 몰려드는 난민이 ‘진짜 난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복지 혜택을 노린 가짜 난민이므로 받아들이는 데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애벗 자유당 정부는 해군까지 동원해 난민선 접근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각지에서 온 난민들은 인도네시아 등에 모인 뒤 가장 가까운 호주 영토인 크리스마스 섬으로 어선 등을 타고 밀입국해 왔다. 호주 정부는 최근 이 길목을 차단하고 있다. 애벗 총리는 “이 정책은 거칠지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현재까지 호주 밀입국 난민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영국 BBC방송은 이를 두고 호주로 향한 난민들이 ‘지옥의 변방’에 남겨졌다고 묘사할 만큼 인권 탄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호주 해군이 난민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가 화상을 입는 등 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호주의 역외 수용소가 운영되는 방식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호주 난민수용소 폭동#파푸아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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