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앙굴렘 만화축제 다녀온 만화가들 수요집회 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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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의 恨’ 증언 만화, 눈이 침침해 못보다니…
힘내시고 오래 사세요, 세계에 계속 알려야죠

12일 제11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시작에 앞서 박재동 작가(오른쪽)가 두 손을 불끈 쥐고 김복동 할머니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인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2일 제11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시작에 앞서 박재동 작가(오른쪽)가 두 손을 불끈 쥐고 김복동 할머니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인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2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만화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재동 김광성 차성진 김금숙 김정기 작가가 제111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2일 폐막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증언한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 참가자들이었다.

할머니 앞에 선 박재동 작가가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 저희 프랑스 앙굴렘 잘 다녀왔습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도 힘내서 열심히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릴 수 있습니다.”

인사를 받은 김복동(88), 길원옥 할머니(86)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날 만화가들은 피해 할머니와 300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기획전에 출품했던 작품 ‘나비의 노래’ ‘비밀’ ‘그날이 오면’ ‘꼬인 매듭’을 공개하고 프랑스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했다. 박 작가는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공감 속에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고 돌아왔다. 20여 년간 1000번 넘게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할머니들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작가들은 일본의 반성과 사죄도 요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만화 작품을 찍기 바빴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시선은 작품이 아닌 허공을 맴도는 듯했다. 길 할머니에게 만화를 본 소감을 묻자 “아니 난 몰라. 못 봤어”라고 했다. 옆에 있던 김 할머니도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수요시위 관계자가 귀띔했다. “할머니들 만화 못 보세요. 눈이 침침해서 안 보이세요.”

앙굴렘 현지에서 기획전을 본 세계인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겪은 만행 앞에서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지만 피해의 당사자들은 갈수록 나빠지는 시력 탓에 만화를 앞에 두고도 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의 위안부 기획전 방해공작에 대해서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길 할머니는 단호했다. “온 세상이 이런 진실을 알아야지. 진실은 당연히 밝혀져야지. 진실은 통하게 돼 있어, 난 믿어.”

수요시위를 그린 만화를 들고 나온 차성진 작가는 “할머니 얼굴에 깊이 팬 주름살에 고통과 한이 비쳤다. 오히려 너무 늦게 위안부 만화를 그린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지지 않는 꽃’ 국내 기획전은 18∼27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032-310-3014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학과 4학년
#일본군 위안부#수요시위#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지지 않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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