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2기를 맞아 ‘세계의 철밥통’으로 불려온 유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임 총장들이 손대지 못하고 미뤄뒀던 과제다.
유엔은 27일 제68차 유엔총회를 열어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 회계연도(2012∼2013)보다 1% 삭감한 55억3000만 달러(약 5조8065억 원)로, 반 총장이 취임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2개 회계연도 연속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이번 예산안 감축에 따라 유엔 인력도 2% 줄어든다. 유엔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1945년 창설 이후 처음이다. 각 분야의 자리 221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임금도 1년간 동결된다. 조 토셀라 주유엔 미국대표부 부대사는 총회 직후 “시대에 뒤떨어진 직책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환영할 만하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국 관계자도 “그동안 유엔은 ‘주인 없는 회사’처럼 방만하게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어떤 자리를 줄일지는 내년부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월 반 총장은 유엔 사무국 부서별로 감축 목표 인원수를 정해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반 총장은 취임 이후 유엔 구조조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반발이 워낙 심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유엔 예산 분담금이 전체의 22%로 가장 많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이 강력하게 반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구조조정은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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