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레비나스의 섭씨 36.5도 철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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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우치다 타츠루 지음/이수정 옮김/312쪽·1만5000원/갈라파고스

철학은 크게 존재론, 인식론, 윤리론 셋으로 나뉜다. 플라톤 이래 철학의 제일 화두는 형이상학이라 불리는 존재론이었고 데카르트 이후 근대 철학에선 인식론이 이를 이어받는다. 에마뉘엘 레비나스(1905∼1995)는 철학의 첫 번째 자리에 윤리학을 위치시켜야 한다고 선언한 철학자다.

국내에선 ‘하류지향’이란 책으로 반향을 일으킨 일본 현대사상가 우치다 타츠루(內田樹·63)는 1970년대부터 레비나스 사상을 일본에 소개해 왔다. 이 책은 그런 그가 30년간 연구한 레비나스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풀어 낸 3부작의 첫 권이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답게 난해하기로 유명한 레비나스의 책을 처음 접하고 ‘뭘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내가 읽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건 절실히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니체도, 후설도, 바타유도, 사르트르도 ‘이런 걸 읽어 두지 않으면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읽고 이해할 수 없는 동안은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책에 대해서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생전에 레비나스를 딱 한 번 만나 봤다는 그는 바로 이런 이유로 레비나스의 ‘닥치고 제자’를 자처한다. 그러면서 레비나스가 유일한 스승으로 섬겼던 랍비 슈사니를 대하듯 레비나스를 절대적 존재로 상정한다. 처음엔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런 태도가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을 열어젖히는 열쇠가 된다. 그것은 예수 부활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선포한 바울이 기독교 사상의 정수로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 예수와 바울의 관계는 슈사니와 레비나스, 레비나스와 우치다의 관계에서 반복되며 절대적 타자(스승)가 초월적 주체의 무한한 원천임을 자각하는 타자의 철학을 완성시킨다.

레비나스가 현상학을 제창한 후설과 하이데거의 제자였다는 점에 착안해 후설-메를로퐁티로 이어진 ‘인식론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사르트르로 이어지는 ‘존재론적 현상학’과 대별되는 ‘윤리학적 현상학’(사랑의 현상학)으로 레비나스 철학을 규정한 독창성도 돋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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