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NSA 통화기록 수집 위헌… 관련자료도 파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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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법원 1심 위법성 첫 인정

미국 법원은 16일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휴대전화 통화 기록 정보 수집은 헌법에 위배되므로 즉각 중단하고 자료를 파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올 6월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NSA의 대량 정보 수집에 대해 미 법원이 처음으로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이는 부당한 압수수색보다 개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한 것으로 앞으로 NSA의 정보 수집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은 헌법에 위배

미 연방 1심 법원인 워싱턴 지방법원의 리처드 리언 판사는 이날 시민단체 ‘프리덤워치’ 설립자 래리 클레이먼과 찰스 스트레인지가 ‘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은 국민의 사생활 권리를 침해하므로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안이 국가 안보에 미칠 파문을 고려해 “상급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 명령 이행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NSA의 정보 수집은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수색을 금지한 미 수정 헌법 4조를 위배했다”며 “이번 사건은 정부가 사법적 승인 없이 시민 개개인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첨단 기술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이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임의적인 사생활 침해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건국의 아버지이자 헌법 제정에 참여한 제임스 매디슨도 현 정부의 사생활 침해를 보면 경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NSA 정보 수집 활동 제약받나

이날 판결은 ‘테러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논쟁에서 사법부가 후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NSA는 2006년 이후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발부한 명령서를 이용해 버라이즌 등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들에서 개인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하루 단위로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외 테러 조직과 연계된 미국 내 테러 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지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판결이 연방항소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확정되면 무차별적 정보 수집 활동으로 도마에 오른 NSA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NSA는 엄청난 양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슈퍼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입수한 전자정보와 결합해 테러 용의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기본적인 원천 정보에 해당하는 통화 기록을 한국에서처럼 건건이 법원의 허가를 받고 입수할 경우 전체 시스템 운용에 큰 차질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NSA 활동을 제한하려는 의회의 노력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17일 정보 수집 중단을 요청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 사장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면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 정보 수집은 아직도 법외의 영역

이번 판결이 미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은 1979년 ‘스미스 대 메릴랜드’ 판결에서 통화 내용이 아닌 단순한 통화 기록 수집은 헌법 4조가 규정한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수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확정하면 스미스 판례를 뒤집어야 한다. 더구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서라면 통화 기록 정도의 개인 정보 유출은 참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NSA의 모든 활동이 제한받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가 심판한 휴대전화 통화 기록 수집은 NSA의 정보 수집 활동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구글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을 통한 이용자 정보 수집, 각종 첨단기술을 동원한 해외 정보 수집 활동, 상대국 정상의 전화 기록 입수 등은 여전히 법외의 영역에 있다.

○ 스노든 사면에도 영향?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은 “사법부가 미국 시민의 편을 들어줬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스노든의 사면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스노든은 중범죄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도 15일 CBS방송에 출연해 “스노든을 사면하면 이와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 그의 사면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기밀 유출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NSA 특별대책반의 총책임자 리처드 레짓은 같은 방송에 출연해 스노든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150만여 건의 기밀문서를 그대로 미국 정부에 돌려준다면 사면을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정미경 특파원
#미국 법원#국가안보국#NSA#개인정보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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