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2주기 추모대회]단둥지부 조문소 외국기자 출입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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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 北주민 “장성택은 쳐죽일 놈”
北-中국경 北공관 金참배 시작… 단둥 해관은 예상과 달리 문열어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조문소를 차려놓고 참배객들을 받고 있는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의 북한 영사사무소 내부 모습. 이날 지린 성 옌지 등 북-중 접경지역의 다른 북한 공관도 추모 행사를 열었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조문소를 차려놓고 참배객들을 받고 있는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의 북한 영사사무소 내부 모습. 이날 지린 성 옌지 등 북-중 접경지역의 다른 북한 공관도 추모 행사를 열었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북-중 접경지대의 북한 공관은 일제히 조문소를 설치하고 참배객들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1주기 때와 비교해 외국 기자들의 출입을 일절 금지하고 경비를 강화하는 등 장성택 처형 이후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선양(瀋陽) 주재 북한총영사관 단둥지부(이하 영사사무소)는 이날 아침부터 화환이나 꽃다발을 든 참배객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외국 기자들에게 조문소 내부를 잠시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영사사무소 보안요원은 물론 중국 공안까지 동원해 출입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이 공안에게 신분증 검사를 받는 등 마찰이 있었다.

영사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유경회관 21층에 설치된 30m²가량의 조문소에 화환 20∼30개만 놓여 있어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벽에는 세로 50cm, 가로 40cm 정도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만 걸려 있었다. 추도행사는 20명 정도씩 끊어 입장시킨 다음 2, 3초간 묵념한 뒤 나오는 식으로 진행됐다. 별도의 보안요원들이 참배객들의 모습을 캠코더로 녹화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삼엄해서인지 참배객들도 외국 기자들과의 접촉을 꺼렸다. 한 북한 주민은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생각을 묻자 대뜸 “천하에 없는 쥐새끼 같은 놈”이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다른 주민은 “만고역적으로 쳐 죽일 놈”이라며 격한 표현을 내뱉었다. 단둥의 한 북한 출신 화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외국 기자들에게 장성택 사건에 대한 개인 생각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단둥의 북한 식당들은 정상영업을 하는 곳도 많았다. 해관(海關·세관)도 당초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정상 운영을 했다. 다만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중국으로 나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이날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등에서도 나선대표부에 조문소가 마련돼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이나 북한과 사업을 하는 중국인들이 참배를 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대부분 지난해보다 조문객 수가 줄었고 행사 자체도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 사는 한 조교(朝僑·북한 국적의 중국 거주자)는 “대사관에서 평양에 갈 것을 요청하면서 올해도 일주일 체류하는데 항공료를 빼고 3만 위안(약 520만 원)을 내라고 하더라”며 “내년 3주기까지만 가고 그 다음부터는 안 부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고 전했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북한#김정일 2주기#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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