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늘 미안했던 이민호…다시 그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 위해 전력투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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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7시 00분


부산고 선발로 나선 NC 이민호(왼쪽)가 1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야구대제전 준결승 세광고전 도중 포수 김사훈(롯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부산고 선발로 나선 NC 이민호(왼쪽)가 1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야구대제전 준결승 세광고전 도중 포수 김사훈(롯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포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NC 이민호와 부산고 유니폼

고3 후반기 발목부상으로 재활에만 전념
고교 졸업전 끝까지 던지지 못한 미안함
성남고와의 준결승전 5이닝 1실점 호투


올 시즌 신생팀 NC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던 이민호(20)가 항상 자신을 지켜준 큰 자긍심이었던 부산고 에이스로 다시 마운드에 섰다.

1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야구대제전(스포츠동아·대한야구협회·유스트림코리아 공동 주최)’ 6일째. 부산고 이민호는 성남고와의 준결승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모처럼 선·후배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우의를 다지는 축제의 시간을 앞두고 그는 “무척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민호는 부산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불렸다. 시속 150km의 묵직한 공을 던지는 그를 보고 많은 이들은 과연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이민호는 그러나 고3 때 발목 부상으로 큰 고생을 했다. 결국 수술까지 받았고, 고3 후반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줄곧 재활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래도 이민호는 2011년 제9구단 NC가 전체 신인 중에서 첫 번째로 선택한 ‘특별지명’을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부산고 유니폼을 입고 던지지 못한다는 점이 그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지막까지 부상 없이 씩씩하게 공을 던지며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졸업할 때 ‘다시는 이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그리웠던 유니폼을 받는 순간, 고교 시절 그라운드에서 아쉬웠던 기억들이 모두 떠올랐다. 마운드에까지 오른다니 굉장히 감동적인 순간인 것 같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 11월이라서 직구가 아무리 빨라야 시속 130km일 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민호는 부산고 선배 장원준(롯데)이 “우리가 이기려면 이민호가 끝까지 던져야 한다”고 농담을 섞어 말하자 “예”라고 답하고는 환한 미소 속에 마운드로 달려갔다.

시즌 때 기록한 153km와는 큰 차이가 있는 130km대 공이었지만, 최윤석(한화·경찰청 입대 예정), 오선진(한화·상무 입대 예정)이 포진한 성남고 타선을 상대로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3-1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와 임무를 100%% 완수했지만, 아쉽게도 불펜진이 역전을 허용해 팀은 결승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항상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었던 모교와 그 유니폼에 부끄러움이 남지 않는 힘찬 역투였다.

포항|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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