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2010년 ‘채동욱 부인’이라며 蔡집무실 찾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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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혼외아들 의혹 진상조사 발표

법무부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와 채 총장의 사표 수리 건의 발표는 오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0분 전 갑작스러운 통보를 거쳐 기자회견이 이뤄지자 검찰 안팎에선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찰 전 진상조사 단계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낸 고육책이라는 견해와 혼외자 의혹을 해소할 특별한 내용을 담지도 못한 채 굳이 발표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견해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이날 한 장짜리 발표문을 통해 세 가지 내용을 담았다. 우선 채 총장과 혼외관계 의혹이 제기된 임모 씨가 2010년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채 총장 집무실을 찾아가 부인이라고 주장하며 면담을 요청했고 면담을 거절당하자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또 채 총장이 임 씨가 경영한 부산의 카페,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상당 기간 자주 출입했다는 것과 임 씨가 의혹이 최초로 보도되기 직전인 6일 새벽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발표 내용 중 2010년 집무실 방문 건 이외에는 이미 모두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 법무부는 “(채 총장에게)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여러 참고인의 진술과 정황 자료가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사실관계를 단정하듯 발표해놓고 구체적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법무부 감찰관실이 열흘 넘게 부산과 대전 등을 오가며 채 총장과 직간접으로 관계가 있는 검사와 직원들, 임 씨의 친지 등을 조사한 결과다. 채 총장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그의 의견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발표 경위와 관련해 황 장관으로선 채 총장이 사표를 내고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오래갈수록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상조사의 한계 때문에 더 밝혀낼 것이 없는 상황에서 총장 부재부터 우선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법무부의 건의를 받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로는 법무부의 건의를 받지 않기는 어렵게 됐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대통령이 추가 감찰을 지시할 경우 대통령이 검찰 조직보다 채 총장의 개인 비리를 밝히는 데만 집착하는 모양새처럼 비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말까지는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선 법무부 발표가 혼외아들 의혹을 밝힐 확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는 인상만 굳히려는 발표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 총장의 프라이버시를 감안한 듯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인정’한 구체적 근거를 밝히길 거부하면서도 임 씨가 채 총장의 사무실에 찾아가 ‘내가 부인이다’라는 내용처럼 세세한 대목을 공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고검장급 인사는 “이 정도로는 법무부 주장처럼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사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사 내용도 신뢰하기 어렵다. 이번 발표로 검찰 조직 내의 혼란이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채 총장이 24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뒤 사흘 만에 사전 예고 없이 발표한 것도 채 총장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 발표로 논란만 더 거세지자 검사들 사이에선 “이제 임 씨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사들은 “임 씨가 아들의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고 아이의 처지를 고려한 합리적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야 이 혼란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




#채동욱#채동욱 혼외아들 의혹#채동욱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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