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시리아서 대규모 화학무기 사용” 공식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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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주체는 안밝혀 안보리 결의안 더 꼬였다

유엔이 시리아에서 대규모 화학무기가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달 말 본격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화학무기 사용 주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논쟁만 커지면서 결의안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16일 안보리 회의에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내용의 유엔 조사단 보고서를 15개 이사국에 공개했다. 반 총장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되었음이 분명한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부가 수천 명을 학살한 이후 가장 심각한 화학무기 사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도출한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을 시리아 정부가 이행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출신 화학무기 전문가인 오셰 셀스트룀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은 지난달 21일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거점인 알구타에서 일어난 학살사건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사린가스가 검출된 미사일 파편과 토양 및 대기에서 채취한 증거물 30건을 보고서에 담았다.

다만 보고서에 화학무기 사용 주체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은 것을 두고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오직 시리아 정부만이 이번과 같은 광범위한 화학무기를 사용할 능력을 갖췄다”며 시리아 정부를 주체로 지목했다. 반면 러시아는 “반군이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해 논란을 벌였다. 사용 주체를 둘러싼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의 논란이 커지면 시리아 해법 마련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 통과는 어렵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은 17일 “본문 5쪽짜리 유엔 보고서가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다. (과거 냉전을 연상케 하는) 동서 간의 분열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4일 합의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방안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화학무기 파기를 담당할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16일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며칠 내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과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화학무기 폐기 일정을 늦추려는 시리아 정부의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 5주년 행사에 앞서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안이 시리아발 위협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화학무기 해체의 1단계로 시리아가 OPCW에 보유 화학무기 리스트를 내야 하는 기한인 20일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응능력을 시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유엔#시리아 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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