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 → 국내 금리상승 이어지면 부동산 등 내수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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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적완화 축소’ 한국경제 영향은… 전문가 15명 진단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비상 통화정책’(제로금리 및 유동성 확대)이 5년 만에 정상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위기국면이 끝나고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도 “선진국 경기가 회복된다는 의미로 보면 한국 경제에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출구전략은 저성장과 투자 저하로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독(毒)이 될 개연성도 만만치 않다. 당장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외환위기 국면이 오진 않겠지만 외환 및 채권시장의 급변에 따른 부작용으로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비관론 못지않게 과도한 자신감도 금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 대외수출, 실물경기 둔화 우려


정부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이전보다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도 인도네시아 등 최근 금융 불안이 벌어지는 신흥국들과의 ‘차별화론’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한국의 경상수지는 17개월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도 30%를 밑돌아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외환보유액과 재정수지도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양호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 점이 개방경제인 한국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제지표가 좋은 한국은 원화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과거에도 우리 경제가 괜찮다는 이유로 외국인자금이 들어온 뒤, 그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양적완화 축소로 인도 브라질 등의 경제 불안이 현실화하면 신흥국 수출시장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경기에 충격을 주는 시나리오도 있다. 시장에서는 비록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내년 말 이후로 예상되지만 국내외 시장금리는 그에 앞서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경제 활력이 둔화돼 있고, 가계부채라는 폭탄도 안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에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국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차(時差)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금리가 오르면 빚이 많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소생하는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투자 ‘안전지대’로 평가받는 한국에서도 일부 자본 유출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순식간에 위기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것은 맞지만 안심하고 있을 때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글로벌 자금의 쏠림 현상에 따라 언제든지 위기 국면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는 2003∼2004년에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높았지만 원-엔 환율 하락을 방치한 결과 순식간에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서며 2008년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며 “앞으로 2, 3년간 이어질 출구전략 기간에 최선을 다해 경상수지를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 경기 회복이 한국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 침체를 겪은 우리 경제는 기업과 금융시스템 부실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격에 대한 적극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 양적완화(QE) ::

중앙은행이 국채 등 금융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간접적으로 통화공급을 확대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제로금리로 더이상 금리를 낮출 수 없게 되자 미국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동원했다.

● 전문가 명단 (15명, 가나다순)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장재철 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세종=유재동 기자·한우신·이원주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양적완화 축소#비상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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