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간끌다 시리아사태 악화…신뢰도 추락에 亞회귀정책 큰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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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표 ‘중동전문가’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大 국제관계대학원장 인터뷰

“미 의회가 가까스로 군사적 조치를 승인하더라도 시리아 공습은 일회성, 상징적 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중동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원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미 국무부 외교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나스르 원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전무하다”며 “이미 미국의 신뢰도는 추락했고 궁극적으로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진단했다.

나스르 원장은 리처드 홀브룩 전 국무부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특별대사의 상임 고문으로도 활약했다. 미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그를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복적인 외교 실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실수는 1년 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화학 및 생물학 무기 사용 또는 배치는 ‘한계선(red line)’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외교 무대에서 한계선을 공표하는 것만큼 우매한 일은 없다. 공표하는 순간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해 자승자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간을 끌어 사태를 악화시킨 점이다. 미국은 지난달 참사 직후 24시간 이내로 화학무기 공격은 아사드 정권의 소행이라고 공표하고 신속하면서도 제한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했어야 했다. 중장기 전략이 없다면 그와 같은 상징적 응징이 최선이다.”

―미 의회가 공습을 승인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 미 의회의 52% 정도가 공습을 지지한다고 본다. 10일 밤(한국 시간 11일 오전)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가까스로 의회의 승인을 받고 공습을 하더라고 결국 일회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국내 여론에 따라 미 의회의 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하기 힘들다.”

―복잡한 중동 정세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심 대외 전략인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정당한 불안감(justifiable anxiety)’이다. 당초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중동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대외정책이 변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중국 봉쇄 정책이기도 하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지대를 확장해 중국의 지역 내 경제 독점을 견제하고 핵우산 등과 같은 안보 보호막을 제공해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동 사태에 매몰돼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가 아닌 ‘중동으로의 재(再)회귀’를 하는 모양새다. 외교 역시 심리전이다. 미국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그 영향력에 대한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doubt)’가 짙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동남아 지역 고위 정부 인사들도 그런 말을 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공약이 언제까지 유효할지에 대해, 이미 자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대담성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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