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연기자들 김수현 드라마에 목 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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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4일 07시 00분


김수현 작가. 스포츠동아DB
김수현 작가. 스포츠동아DB
김수현 작가 드라마 ‘쳤다하면 홈런’
스타들, 고개숙이고 간택 오매불망

줄줄이 떨어져 나갔다.

김수현 작가의 새 드라마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하기 위해 대본 리딩에 참여한 천정명, 한가인, 조한선, 김사랑, 하석진 등이 김 작가에게 ‘퇴짜’를 맞거나 스스로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작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연기자라면 “아, 정말 창피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일부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알아서 포기했다고 하지만 ‘흥행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대본 리딩까지 한 상황일진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래저래 남녀 주인공이 공석이라 제작사 측은 방송사에 방송을 2주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김 작가의 입맛에 딱 맞는 배우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캐스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쯤 되면 방송사도 한 마디 거들만한 상황. 하지만 혹여 김 작가의 심기라도 건드릴까 눈치 보기에 바쁜 모양새다. 방송가에서는 그동안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연기자들이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다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면전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후문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일부에서는 애드리브는커녕, 대본 속 토씨 하나라도 바꾸면 안 되고, 대사보다 더 많은 지문도 디테일하게 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수군거린다.

그럼에도 김 작가의 ‘간택’을 받기 위해 배우들이 줄줄이 대기한다는 사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고 다르지 않다.

대체 일흔이 넘은 노(老)작가의 이런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든 답은 그의 대본 안에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상 속 대화를 그대로 끌어들여 친숙함을 강조하면서도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송곳’ 같은 대사는 맛깔스럽다. 방송사 입장에서 ‘쳤다 하면 홈런’인 드라마. 연기자들도 ‘김수현 사단’에 합류하기만 하면 아무리 까다롭다고 해도 연기 면에서 눈에 띄게 발전해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 “나 죽었소” 하는 까닭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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