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어린이 눈짓발짓 소통… 동화책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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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서 어린이 동화 교류 행사

23일 ‘한중일 어린이 동화교류 2013’에 참가한 3개국 초등학생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그림동화책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치=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23일 ‘한중일 어린이 동화교류 2013’에 참가한 3개국 초등학생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그림동화책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치=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리리란 이름의 장난꾸러기 다람쥐가 등장하면 좋겠어.”(일본 어린이)

“여행을 즐기는 팽팽이라는 판다는 어떨까?”(중국 어린이)

“안경 쓴 토끼는 어때? 덜렁대지만 당근을 무척 좋아하는 토끼지.”(한국 어린이)

누구를 동화책 주인공으로 할까?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이는 한중일 3개국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이들은 3개국 어린이가 매년 여름 만나 함께 그림 동화책을 만들며 우정을 쌓는 ‘한중일 어린이 동화교류 2013’ 참가자다.

올해 행사는 17∼23일 일본 도쿄와 아이치 현에서 한국 33명, 중국 33명, 일본 34명 등 모두 100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해 ‘꿈’을 주제로 한 동화책을 만들었다. 줄거리 설정부터 밑그림 그리기, 채색, 제본 등 전 과정이 어린이들에 의해 이뤄지는 동화책 만들기는 의견을 나누는 단계부터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은 10명씩 조를 이뤄 통역의 도움을 빌리거나 눈짓손짓으로 소통하면서 동화책 한 권을 완성했다. 한국 참가자인 김채원 양(대전 가오초교 6학년)은 “처음엔 서먹했는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귀요미 송’을 두 나라 친구에게 가르쳐주면서 친해졌다”고 했다. 중국인 통역자 쭝훙 씨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서로에게 편견도 없고 쉽게 다가섰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일본 ‘어린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의원연맹’(위원장 가와무라 다케오)과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 주도로 2002년 시작된 후 계속 일본에서만 열리다 2011년부터 한중일 3개국이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교육청과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APCEIU)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동화책 만들기에 앞서 아이치 현 태생의 일본 아동문학가 니이미 난키치의 생가를 견학하고 가와구치 준이치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선임연구원의 특강을 들으면서 동화책 줄거리를 구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3국의 전래동화 듣기와 전통놀이 체험 등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완성한 뒤에는 행사 기간 단체복이었던 셔츠에 연락처와 감사의 말을 남기면서 이별을 아쉬워했다. 일본 참가자 즈치야 하루나 양(도키치 현 히가시초교 6학년)은 “자주 얼굴은 못 보겠지만 e메일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수시로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행사에는 2004년 참가자들로 이제는 대학생이 된 30여 명도 참석해 3국 간 교류와 협력 증진 방안을 담은 ‘드림 로드맵’을 발표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최근 경색된 3국 관계를 반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린이의 미래를…’에 소속된 이토 다다히코 중의원(자민당)은 “한중일 3국은 수백 년 전에도 작은 배에 몸을 싣고 거친 파도를 뚫으며 활발히 교류했다”며 “조상에게 뒤지지 않는 3국의 모습을 만들 때”라고 말했다.

아이치=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동화#국제교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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