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마음속엔 사악한 역사 좌표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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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 뺀 아베 8·15추도사, 국제사회-日내부 비판 쏟아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가해 사실과 반성을 몽땅 빼버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5일 전몰자 추도식 추도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아베 총리가 지난해 신사 참배를 강행해 한중 양국의 분노를 샀을 뿐만 아니라 역내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과거사 논쟁에 대해 더 강력한 발언을 내놓으면 한일 간 긴장이 더 고조되고 한미일 군사공조를 추진하는 미국의 시도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의 폭발적인 요인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도 포문을 열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6일 ‘사악한 역사 좌표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베의 마음속에는 ‘역사 좌표계’가 있는데 그 속에 잘난 척하면서 횡포를 부리려는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야스쿠니신사에서 다시 한 번 코미디가 연출됐다”며 “일본 정객의 악질적 행위는 인류 정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세계는 아베 정권이 극우로 치닫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세계가 협력해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고쳐 극우로 치닫는 것을 저지하자”고 호소했다. 난팡(南方)일보는 ‘아베 선생, 평화를 더럽히지 마세요’라는 기사에서 “8월 15일은 마땅히 일본의 반성일이지 군국주의의 혼령을 불러내는 명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사히신문은 16일 사설에서 “추도사에서 사라진 말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는 총리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야당도 문제를 제기했다. 오하타 아키히로(大(전,창)章宏) 민주당 간사장은 “근린 제국 관계를 개선시키고 싶다면 역대 총리가 명언해온 문구를 뺀 진의를 설명해야 한다”며 “대외 관계를 악화시켜 국익을 훼손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전 사민당 대표는 “아베 정권은 침략전쟁이라는 역사인식을 바꾸려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세계에 내보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추도사는 아베 총리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참모들에게 “백지에서 처음부터 만들고 싶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열리는 행사인지 근본적으로 재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결과 ‘아베 색깔’을 분명히 한 이번 추도사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도쿄=배극인·워싱턴=신석호·베이징=이헌진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역사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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