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빈틈 채운 사람들…다윗의 승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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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9일 07시 00분


1. ‘더 테러 라이브’로 성공적인 연출 데뷔를 한 김병우 감독 2.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마포대교 폭탄 테러 장면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압도한다. 현실감 있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 ‘화면 속 배우들’ 김소진(3)과 최진호(4). 사진제공|씨네2000
1. ‘더 테러 라이브’로 성공적인 연출 데뷔를 한 김병우 감독 2.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마포대교 폭탄 테러 장면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압도한다. 현실감 있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 ‘화면 속 배우들’ 김소진(3)과 최진호(4). 사진제공|씨네2000
■ 400억 ‘설국열차’와 경쟁…35억 영화 ‘더 테러’의 흥행 이유

TV뉴스에만 등장한 김소진·최진호
리얼한 생중계…표정만으로 긴장감 ↑

캐스커 이준오, 상업영화 음악 도전
심장 박동소리 묘사…분위기 살려

시나리오 직접 쓴 김병우 신인감독
흥행 넘어 “감각있다” 영화계 호평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 2주 만에 27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제작비 400억원 규모의 화제작 ‘설국열차’가 7일 현재까지 1000여개관에서 상영되는 동안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740여개관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일일 평균 관객수 23만여명으로 ‘설국열차’의 36만여명 동원에 못지 않는 힘을 발휘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 편의 영화 흥행은 스타 배우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더 테러 라이브’가 이처럼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하정우의 열연뿐 아니라 이야기의 빈틈을 채운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 캐릭터에 생기 넣은 ‘화면 속 배우들’

기자보다 더 기자 같고, 앵커보다 더 앵커 같은 배우들 덕분에 ‘더 테러 라이브’(더 테러)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극중 하정우의 전처이자 사회부 기자를 연기한 배우 김소진, 하정우와 대립하는 경쟁 방송사 앵커 최진호가 그들이다. 비중이 크지 않은 두 배우의 출연 장면은 모두 TV뉴스 화면 속 모습이다. 사건을 생중계하는 역할의 두 배우는 목소리와 얼굴 표정만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몫을 톡톡히 해냈다.

김소진은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배우. 현재 뮤지컬 ‘그날들’의 전국 투어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최진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0여년 동안 해외에서 연기자와 광고모델로 활동하다 지난해 영화 ‘도둑들’로 연기를 본격 시작했다. 영어와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해 드라마 ‘유령’에선 중국인 역할을 맡았다.

● 심장 박동 묘사한 음악의 효과

영화가 힘을 낼 수 있던 데는 마치 심장 박동을 묘사한 듯한 분위기의 음악 효과가 상당했다는 평가다.

‘더 테러’의 음악감독은 일렉트로니카 밴드 캐스커의 이준오.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각광받으며 10년 동안 활동해온 이준오는 앞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식객’ 등의 OST에 참여해 영상음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상업영화의 음악감독은 ‘더 테러’가 처음이다. 이준오가 음악감독을 맡은 데에는 연출자인 김병우 감독의 ‘팬심’이 작용했다. 평소 캐스커 음악을 즐겨듣던 김 감독은 이준오를 무작정 찾아가 음악을 부탁했다. 일렉트로니카 밴드의 리더에게 과감하게 스릴러 장르 영화의 음악을 맡긴 김 감독의 ‘감’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 ‘괴물 같은’ 신인감독의 등장

영화계가 ‘더 테러’의 흥행을 더 반기는 이유는 감각 있는 신인 감독의 등장 덕분이다. 김병우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하며 흥행은 물론 영화계의 호의적인 평가까지 함께 얻고 있다.

‘더 테러’ 시나리오는 김 감독의 손에서 5년 전 처음 탄생했다. 초창기 제목은 ‘뉴스를 없애라’였다. 2001년 터진 9·11테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 감독은 “테러는 미디어가 동반돼야 파급력을 갖고 공포로 확산된다”는 생각에 방송사 앵커를 상대로 한 테러극을 완성했다. 지금 김 감독이 상대하는 경쟁자는 ‘괴물’로 1200만 명을 모았고, 400억 대작 ‘설국열차’를 만든 봉준호 감독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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