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성폭행? 피해여성 130명, 당하고도 기억못해…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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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만 되면 그들은 유령처럼 마을 여성들을 '습격'했다. 세 살 어린아이도, 65세 어머니도 그들에겐 '먹잇감'이었다.

다음 날 극심한 통증과 함께 알몸으로 눈을 뜬 여성들은 자신의 몸 곳곳에 지저분한 지문들이 묻어있는 걸 발견한다. 팔다리는 밧줄로 묶여 있고 이불 위에는 정액과 피가 묻어 있지만 그들은 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이는 2005~2009년 사이 볼리비아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스에서 동북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는 몇 년 동안 이 같은 끔찍한 사건이 계속됐다. 더욱 충격적인 건, 지금도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각) 영국 바이스닷컴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범인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조심하긴 하지만, 여전히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도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 공동체는 개신교의 한 종파인 메노나이트 신자들로 구성돼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현대 문명을 거부해 자동차와 전기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경찰도 없다. 때문에 칠흑 같은 밤을 이용해 벌어진 이 사건들은 수년 간 뜬소문으로 치부되며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 주장에 대해 "유령이나 악마에게 당한 것이다" "상상 속 이야기 아닌가" "불륜을 감추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다"라며 믿지 않았다.

피해 여성들의 주장은 2009년 남성 2명이 성폭행을 하기 위해 한 가정집에 침입하려다 덜미를 잡히면서 사실로 입증됐다. 이후 이들의 진술에 따라 19~43세 사이의 남성 9명이 법정에 섰다. 조사 결과 공식적인 피해자 수는 130명. 하지만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소 진정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피해자의 집안에 살포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강력한 화학물질은 집안에 있던 사람들의 의식을 앗아갈 정도였다. 때문에 한 침대에 누워서 자던 아내가 바로 옆에서 변을 당했어도 남편은 이를 깨닫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일부 흐릿하게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피해자도 있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겨우 3세인 어린 여자아이와 65세인 어머니도 있었다. 한 임신부는 성폭행을 당한 뒤 조산을 했다.

2011년, 일명 '유령 성폭행' 사건의 범인 9명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약물을 공급한 수의사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스닷컴은 "악마의 정체는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도 그곳에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여성 성학대와 근친상간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약물에 의한 성폭행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주민들은 카메라와 가로등도 설치할 수 없고, 경찰도 없는 이곳에서 성폭행을 예방할 방법이나 범인을 붙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사건처럼 누군가가 붙잡힐 때까지 기다리면서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5년 전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끔찍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이스닷컴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는 한 마디를 건넸다. "이것도 신의 뜻이겠죠."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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