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보여서” 우유업계 가격인상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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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남양유업-동원F&B 미뤄… 매일유업만 예정대로 8일부터 올려

원유(原乳)가격 상승에 맞춰 우유 값 인상방침을 밝혔던 우유 회사들과 대형유통업체들이 정부의 물가단속 움직임에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일부 업체는 인상계획을 보류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시기와 인상폭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1일 동원F&B는 이날부터 우유 가격을 7.5% 올리기로 한 계획을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동원F&B 측은 “소비자 물가 등을 감안해 부담이 최소화되는 시점을 찾기 위해 인상 시기를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의 기본가격은 이날부터 L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른 것. 당초 우유업계는 원재료인 원유 값이 오른 만큼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가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우유 값 인상 움직임을 점검한 뒤 태도가 급변한 것이다.

우유업계 1, 2위인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각각 이달 말 이후로 유제품 인상폭과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매일유업은 예정대로 8일부터 우유 값을 10.2%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매일유업 측은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적자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1L 제품 가격은 2350원에서 2600원으로 250원 오른다.

하지만 정부도 제조업체의 공급가격을 계속 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형마트 등의 마진폭을 줄여 소비자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의 관계자는 “기재부가 대형마트를 불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유통업체라고 제품 값이 오르는 데 판매가격을 계속 묶어둘 수는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우유값 인상#우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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