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손잡는 제1 야당… ‘대선 불복’과는 거리 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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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로 나간 민주당

진땀 흘리는 여야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일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 도중 땀을 닦고 있다(왼쪽).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중개사협회에서 열린 
‘2013 하계 민생탐방 간담회’에서 비슷한 포즈로 땀을 닦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뉴시스
진땀 흘리는 여야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일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 도중 땀을 닦고 있다(왼쪽).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청룡동 한국중개사협회에서 열린 ‘2013 하계 민생탐방 간담회’에서 비슷한 포즈로 땀을 닦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뉴시스
민주당이 1일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거리로 나섰으나 향후 투쟁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촛불집회 세력과 연대해야 장외투쟁의 동력이 생기지만 자칫하면 집회 현장의 구호에 휩쓸려 ‘대선 불복’으로 비치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원판김세’ 모두 증인으로 세워야?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천막 의원총회’에는 소속 의원 127명 중 83명이 참석했다. 천막 구조물로 세운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상황실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겨냥한 강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국정 농단”이라며 “뭐가 두려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증인대에 세우지 못하는 건지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출하는 등 안기부와 중앙정보부의 어두운 과거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원판김세’(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 없는 김새는 청문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판김세를 청문회에 반드시 내보내겠다고 하는 확약 문서가 없는 한 민주당이 청문회장에 들어가는 일은 독가스실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분간 천막 상황실에서 주요 회의를 열고 대국민 홍보전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한 번도 국정조사 포기를 말한 바가 없다”며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점심 식사 중에는 당 지도부 인사가 “‘원판김세’가 모두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증인 채택에 새누리당이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자칫 국정원 국조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열기는 예상보다 뜨겁지 않았다. 장외투쟁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 간에는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은 의총에 불참했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와 거리를 둬 온 조경태 최고위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의원총회가 열리는 동안 천막 밖에 있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오는 이유를 국민들이 확실히 이해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손 데일까 두려운 ‘촛불’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 모임인 ‘국정원 시국회의’의 간사단체 대표들과 만나 앞으로의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3일로 예정된 서울 청계광장 집회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촛불집회를 열기 1시간 전 민주당이 먼저 무대에 올라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내려오는 ‘느슨한 동참’에 합의가 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 장외투쟁을 어느 수준에서 촛불집회와 결합할지는 민주당 지도부로서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촛불집회 현장에는 ‘박근혜 OUT’이라든가 ‘대선 무효’와 같은 구호가 많은데 당 지도부가 그런 피켓 옆에 서 있다가 사진이라도 찍히면 몹시 곤혹스럽게 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깊숙이 발을 담글 경우 새누리당과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퇴로’가 막힌다는 고민도 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민주당에 ‘10일 전국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소개하며 참여를 촉구했다. “이왕 장외로 나온 이상 어물쩍 국회에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있었다고 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한길 대표가 ‘가능하면 연대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답했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간사단체 양측이 만나는 동안 시국회의 측 극렬 지지자 20여 명은 ‘언론이 촛불집회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며 천막 상황실 옆에 차려진 임시 기자실에 난입해 취재진에게 폭언을 퍼붓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 동행명령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정감사나 조사위원회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위원회 의결로 해당 증인에 대해 동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음에도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때에는 위원회가 역시 의결로 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원세훈 김용판에 대한 동행명령 및 고발을 보장하는 문서를 작성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명재연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민주당#장외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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