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家業 잇자” 딸들의 출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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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내년말 중간선거 앞두고 ‘父傳女傳’ 줄이어

내년 말 미국 중간선거에서 네바다 주 하원의원 출마를 선언한 에린 빌브레이 콘(민주)은 캠페인 유세 때 남편의 성(姓)인 ‘콘’을 빼고 ‘에린 빌브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캠페인 홍보 웹사이트에는 아예 ‘에린 빌브레이’라고만 적혀 있다. 10년 가까이 네바다 주 하원의원을 지낸 아버지 제임스 빌브레이의 이름이 유권자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린 빌브레이 콘처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사표를 던진 딸들이 줄을 잇고 있다.

25년 동안 상원에 몸담으며 핵전문가로 이름을 떨친 샘 넌 전 상원 군사위원장의 딸인 미셸 넌(민주)은 최근 아버지 지역구인 조지아 주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딕 체니-샘 넌 딸 상원의원 출마 선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공화)는 와이오밍 주에서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리즈는 와이오밍과 별다른 지역 연고가 없지만 아버지가 10년 동안 하원의원을 지냈다는 이유로 이곳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켄터키 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앨리슨 런더건 그라임스(민주)는 상대가 워낙 막강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그라임스는 아버지 제리 런더건 전 켄터키 주 상원의원의 후광을 내걸고 열심히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와 하원의원을 지냈던 아치 무어 전 의원의 딸 셸리 무어 캐피토(공화)도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하원 쪽에는 그웬 그레이엄(민주)이 아버지 밥 그레이엄이 오랫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플로리다 주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아들 쪽에서는 출마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유력 정치인의 아들은 맥 콜린스 전 하원의원의 아들로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마이크 콜린스(공화·조지아) 정도가 눈에 띈다.

볼티모어 시장과 하원의원을 지낸 토머스 달레산드로의 딸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하는 여성들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최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에는 남편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여성의 정치권 진출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후광 넘어 본인 능력 보여줘야”

데비 월시 전미여성정치센터 국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딸들의 정치 진출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정치역정을 보고 자란 딸들의 당연한 진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여성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바뀌자 정치인의 딸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인 캐슬린 케네디 타운젠드 전 메릴랜드 부주지사는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여자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거의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여성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며 “정치인의 딸은 일정 부분 아버지의 덕을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중간선거#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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