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맛]팔도의 한식집, 외국 셰프에게 소개하는 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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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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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철 인터컨티넨탈 총주방장

배한철 인터컨티넨탈 총주방장은 “한식의 고유한 향을 표현할 수 있는 향신료를 개발하는 데 힘써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 제공
배한철 인터컨티넨탈 총주방장은 “한식의 고유한 향을 표현할 수 있는 향신료를 개발하는 데 힘써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 제공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총주방장인 나는 쉬는 날이면 호텔 수석 셰프들과 전국 곳곳을 누빈다. 주방에서 한식 레시피를 보며 고민하는 것보다 산지를 직접 다니며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떻게 맛을 내는지 체험하는 것이 한식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께 가는 외국인 셰프들에게는 색다른 각도에서 한식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숨겨진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 그럼 나는 먼저 뭘 먹고 싶은지 묻는다. 국을 먹고 싶으면 대구에 가는 게 좋다. 대구 중구 전동의 ‘국일 따로국밥’은 신선한 소선지로 만든 국밥인데 국물이 일품이다. 복지리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감포 은정복어 횟집’를 추천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의 ‘지리산 어탕국수’의 면은 기가 막히다. 일명 ‘물괴기탕’으로 불리는 어탕국수는 민물에서 잡어를 잡아 푹 삶은 후 체에 걸러 만든 국물에 국수를 넣어 주는 음식이다. 강원 양양군 손양면의 ‘수산횟집’은 자연산 생선과 사골 육수로 만든 물회가 유명하다.

한식 밥상으로는 광주 서구 쌍촌동 ‘예지원’에서 먹은 한정식을 추천한다. 차가운 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데 그 깔끔한 뒷맛을 잊을 수 없다.

광주 서구 치평동 ‘홍아네’는 홍어를 쫄깃하고 고소하게 삭혀 내놓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함께 나오는 조개탕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조갯살 맛이 기가 막힌다.

구이로는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송원’을 꼽는다. 나는 특급 호텔의 최고 품질 고기는 다 먹어봤는데 송원식당의 소고기 마블링은 정말 최고다.

고기를 먹은 후에 한우 사골로 우린 떡국을 내놓는데 그 맛도 대단하다. 심지어 떡국만 먹으러 송원식당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아무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도 여전히 못 먹어본 식재료와 음식이 많다. 나는 후배 셰프들에게 ‘찾아라! 맛있는 식재료’라는 리포트 과제를 내줬다. 전체 셰프들을 20개 조로 나눠 각자의 고향이나 여행지에서 먹은 식재료와 음식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젊은 셰프들이 대부분이다보니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사진이며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는데 이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배들이 모은 자료는 5월부터 발표하며, 우수 메뉴와 식재료는 호텔 메뉴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한식 세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호텔 체인을 통해 한식을 알리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그 나라의 리더들에게 한식을 소개함으로써 ‘한식은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둘째는 한식을 고정적으로 선보이는 장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홍콩, 칠레 등에 한식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올해는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한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한식은 ‘맵거나, 짜거나, 달다’는 세간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식 고유의 향을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향신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음식은 맛뿐 아니라 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향이 있는 음식은 오랫동안 뇌에 각인되기 때문에 잊혀지지 힘들다. 이를 토대로 한식 무대를 세계로 넓히는데 기여하고 싶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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